삼성그룹 사장단 2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미래지향적 노사관계 형성’을 주제로 한 강연을 듣기 위해서다.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단이 공식 석상에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뒤 3년여 만이다. 2017년 2월 15일 열린 회의가 삼성그룹의 마지막 사장단 협의회였다.
삼성 계열사 경영진은 1일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을 경기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으로 초청해 건전한 노사문화와 관련한 강연을 들었다. 이날 행사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홍원표 SDS 사장,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 등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포함, 23명의 사장단이 참석했다. 문 위원장이 삼성 임직원을 대상으로 강연에 나선 것은 지난달 7일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엔 삼성 계열사 인사팀장들이 대상이었다. 주제도 ‘상생의 노사관계 구축 방안’이었다.
문 위원장은 사장단에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 삼성 노사관계에 대한 외부의 시각 등을 설명했다. 강연 후엔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새로운 노사관계 확립 방안을 주제로 사장단과 의견을 나눴다. 삼성 관계자는 “먼저 변화하는 것이 미래 지향적 노사관계의 출발점이란 것을 문 위원장이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전했다.
사장단을 대상으로 한 이번 강연은 지난달 6일 이뤄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대국민 사과의 후속 조치다. 당시 이 부회장은 ‘무노조 경영’ 공식 폐기를 선언한 뒤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경제계에선 이날 강연이 오는 4일 삼성 준법감시위 정례회의를 앞두고 열렸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의 새로운 화두가 ‘신뢰 회복’과 ‘사회적 책임 실천’이란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이 같은 자리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