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29일(06:5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로 중계권, 스폰서쉽, 인수합병(M&A)등 스포츠 비즈니스의 판도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한국도 준비가 필요합니다,”
정동섭 딜로이트안진 스포츠 비즈니스 그룹장(전무)는 “그간 한국 스포츠 산업은 비즈니스가 아닌 일종의 공익 사업처럼 여겨지면서 세계적 추세를 따라가지 못했다”며 “코로나19로 스포츠 산업의 지각 변동이 이뤄지는 지금이 한국 스포츠 산업에겐 기회”라며 이렇게 말했다. 스포츠 마케팅 회사인 투 서클스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전 세계에서 열릴 예정이던 스포츠 행사 가운데 47%가 취소됐다. 이로 인한 손실액은 약 6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지금의 상황이 한국에겐 기회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정 그룹장은 지난 3월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이 국내 4대 회계법인 가운데 최초로 설립한 스포츠 비즈니스 전담 자문 조직을 이끌고 있다. 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 프로스포츠, e스포츠 등 영역 제한을 두지 않고 중계권, 스폰서쉽, 가치평가, 컨설팅을 비롯한 스포츠 산업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업에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 그룹장은 코로나19 이후의 세상,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스포츠 산업의 핵심 조류로 ‘디지털화’와 ‘구조조정’을 꼽았다. 그는 “코로나19로 경기가 중단되거나 관중 없는 경기가 진행되고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스포츠를 향유하는 소비자는 줄어들지 않았다”며 “스포츠 소비 트렌드가 ‘하는 스포츠’에서 ‘보는 스포츠’로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포츠 경기를 텔레비전(TV)이 아닌 넷플릭스, 유튜브나 아프리카TV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로 보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됐다”며 “코로나19가 산업의 재무적 위기와 지각변동 두 가지 변화를 한꺼번에 촉발시키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내 스포츠 산업의 발전 방향으로 △디지털화에 맞춘 전방위적 혁신 △비즈니스로서의 스포츠 산업으로 진화 두 가지를 제안했다. 먼저 그는 중계권, 스폰서쉽 등 스포츠 산업의 전통적인 수익 모델을 비롯해 e스포츠 등 새로운 수익 모델까지 디지털화에 맞춘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그룹장은 “이달 초 무관중으로 개막한 K리그는 코로나19 특수를 감안하더라도 이례적인 320만명의 SNS 관중을 모았고, 미국 NBA팀의 절반 가량은 e스포츠 팀을 인수한 뒤 연예기획사처럼 스트리밍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한국도 모든 사업의 틀을 바꿔야 할 때”라고 말했다.
국내 스포츠 산업이 철저히 ‘사업성‘을 중심으로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주문도 내놨다. 정 그룹장은 “대기업들이 사회 공헌 목적으로 스포츠 구단을 운영하는 성격이 강하다보니 그간 국내 구단, 리그의 독자적 성장 전략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미 글로벌 스포츠 시장에선 사모펀드(PEF)나 국부펀드, 연기금 등으로부터 자본을 유치하거나 유·무형 자산에 대한 명확한 가치 평가를 바탕으로 자산을 유동화해 구단, 리그의 신성장 동력에 투자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디지털 시대에 맞는 컨텐츠 개발, 경기장을 중심으로 한 지역 산업과의 연계 등 가치 증대를 위한 다양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