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어려움에도 기회가 있기에 LG는 슬기롭게 대처하며 위기 이후의 성장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LG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다방면으로 힘쓰고 있다.
LG는 불필요한 업무 관행을 없애고, 업무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또 고객 가치 창출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계열사별로 코로나19를 돌파하기 위해 공급망, 생산·판매 등에 대한 전략도 선제적으로 마련했다.
○배터리 특허만 1만6000건
LG화학은 3세대 전기차 중심의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적극 공략해 확실한 1위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해 말까지 배터리 생산 능력을 고성능 순수 전기차 기준 연 170만대(100GWh)로 늘릴 계획이다.
미국 1위 자동차 업체인 GM과 합작하는 전기차 배터리셀 법인이 가동하면 향후 30Gwh 이상의 추가 생산 능력도 확보하게 된다. LG화학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수주 물량을 차질 없이 공급하기 위해 올해 시설투자 자금 6조원 중 3조원을 배터리 사업 분야에 투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을 줄이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고객사들과 긴밀하게 협조해 공급 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LG화학은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을 기술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기회로 전환시키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도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매년 1조원 이상 R&D에 쏟아부었고, 그중 30% 이상은 배터리 분야에 투자하는 등 30년 가까이 배터리 R&D 투자를 이어왔다. 지난해 기준 1만6685건의 배터리 관련 특허를 보유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배경이다.
LG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공급망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다양한 제품에 콘텐츠와 서비스를 연계하고, 제품 간 연결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가전제품에 인공지능(AI)을 더한 스마트 가전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출시할 계획이다. 또 자율주행자동차 등 일상생활을 스마트하게 즐길 수 있는 AI 솔루션도 구축할 방침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수요가 커진 스타일러, 의류건조기 등 위생가전의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한다.
○보스턴에 로봇연구소
LG전자는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로봇을 꼽고 있다. 올해 초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레스토랑 운영 및 관리 로봇 솔루션 서비스인 ‘LG 클로이 다이닝 솔루션’을 공개하기도 했다. 최근 김상배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부 교수와 손잡고 차세대 로봇기술을 개발하기로 하는 등 로봇사업 육성을 위한 투자와 협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MIT 생체모방 로봇연구소의 연구인력과 인프라를 활용해 로봇의 손이나 팔을 이용해 물건을 집거나 옮기는 물체조작 기술을 연구해 차세대 로봇기술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보스턴에는 ‘LG 보스턴 로보틱스랩’을 설립하기로 했다. 기술 연구를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도 강화할 계획이다.
LG이노텍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환경 변화에도 기술 혁신을 통해 기판소재, 광학솔루션, 차량전장 분야를 이끌어간다는 계획이다. 5G, 폴더블폰 확산 등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를 새로운 사회 기회로 활용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디스플레이용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기판소재사업 부문에서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요 확대에 맞춰 시장을 주도해나갈 계획이다. 광학솔루션사업은 카메라모듈 및 3D센싱모듈의 적용 범위를 자동차, 증강·가상현실(AR·VR) 등으로 넓히고 있다. 전기차,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등에 적용될 차세대 전장부품도 출시한다.
LG디스플레이는 기존 파주에서만 생산하던 대형 OLED를 중국에서도 생산하는 ‘투트랙’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공급망 위험을 분산하려는 목적에서다. OLED의 기술 진입장벽이 높아 한국을 제외한 다른 업체들이 양산 단계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 OLED 공장 양산이 시작되면 시장 격차를 확실히 벌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