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가 회삿돈으로 투자자 손실을 일정 수준까지 보전해주는 사모펀드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으로 사모펀드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투자자 신뢰를 되찾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지난 4월 16일 내놓은 ‘타임폴리오이츠타임메자닌’ 시리즈 펀드(3종)는 이날까지 모두 195억원어치 팔렸다. 운용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악화된 사모펀드 판매 환경을 감안하면 상당히 선방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츠타임메자닌 펀드는 상장회사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을 80% 이상 담는 상품이다. 코로나19로 증시가 급락하면서 주가 수준이 낮아진 데 착안했다. 나중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메자닌은 발행 당시 주가가 낮을수록 투자자에게 유리하다.
타임폴리오운용은 이 펀드 설정액의 15%를 자기자본으로 채웠다. 펀드에서 손실이 나도 손실률 15% 구간까지는 후순위 수익자인 운용사가 우선 보전해주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라임 사태로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땅에 떨어져 헤지펀드 업계 선두권 운용사로서 책임을 느끼고 신뢰 회복에 나서겠다는 각오로 상품 출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비슷한 구조의 ‘한국투자스마트글로벌’ 사모펀드를 4월 말 선보였다. 원유,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금 등 혼합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이 펀드에는 한투운용과 한국투자증권 등 한국투자금융지주 계열사들이 후순위 투자자로 참여했다. 후순위 투자자가 선순위 투자자 손실을 30%까지 보전해주는 구조다.
유경PSG자산운용은 최근 출시한 ‘유경솔리드에쿼티’ 사모펀드를 원금보장형 구조로 설계했다. 이 펀드 역시 후순위로 운용사와 펀드매니저가 함께 돈을 태웠다. 펀드 손실률이 7% 수준에 도달하면 자동 청산하면서 후순위 자금으로 선순위 일반투자자 손실을 전액 보전해주기로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