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이용으로 주세요.” “나온 김에 샴푸도 사자.”
31일 서울 망원동 망원시장은 휴일을 맞아 마스크를 끼고 장을 보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고기나 회 같은 ‘특식’을 사거나 생필품을 구매하러 나온 가족이 눈에 띄었다. 수도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 우려가 커지는데도 ‘긴급재난지원금 효과’가 나타나는 모습이었다.
상인들은 체감경기가 상당히 나아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망원시장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코로나19가 터진 직후보다 30% 정도 매출이 늘어난 것 같다”며 “한우가 인기 부위부터 특수 부위까지 골고루 잘 팔린다”고 말했다. 청과물가게에선 고가 과일인 망고와 체리를 고르는 사람들이 보였다. 시장 근처 유명 빵집에는 30여 명이 빵을 사기 위해 긴 대기줄을 이루고 있었다. 수산물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예전엔 주말에 2만5000원짜리 모둠회가 하루에 30접시 나갔는데 코로나19로 한 접시도 안 나가다가 최근 지원금이 풀리면서 15~20접시는 팔린다”고 말했다.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식료품 생필품 외에 안경과 같이 구매를 미뤄왔던 물건을 사는 사람도 늘었다. 서울 발산동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B씨는 최근 매출이 오르면서 한숨 돌리고 있다. 2~4월 급락했던 매출은 5월 중순 이후 전년 대비 80%까지 회복됐다. B씨는 “안경점 최대 성수기가 신학기인 3~4월인데 올해는 코로나19로 타격이 심했다”며 “직원들 근무시간까지 줄여가며 허리띠를 졸라맸는데, 재난지원금이 풀린 뒤 손님이 다시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양주 옥정신도시의 안경점 사장 C씨는 “5월 안경점 매출의 80%는 재난지원금 결제분”이라고 했다.
급락하던 소비자심리는 재난지원금으로 일단 반등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7.6으로 전월 대비 6.8포인트 상승했다. 2~4월 연속 내림세를 보이다 넉 달 만에 반등한 것이다.
정부는 14조2448억원으로 편성한 재난지원금을 5월 초부터 가계에 지급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5월 4일부터 28일까지 긴급재난지원금을 수령한 가구는 2116만 가구로, 전체 지급 대상 2171만 가구 중 97.5%에 달했다. 수령금액은 13조3354억원(총예산 의 93.6%)으로 집계됐다.
김남영/하수정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