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위기에 빠진 두산중공업의 정상화 방안으로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친환경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계획을 내놨다. 이런 내용이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 보고돼 정부와도 조율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지원을 조건으로 세계 최고 원전기술을 보유한 두산중공업의 사업구조를 신재생 쪽으로 바꾸는 게 타당한 해법인지 의문이다.
두산중공업 위기에는 현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도 주요 요인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원전 생태계 붕괴를 막기 위해 탈원전 정책 수정을 요청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문 대통령은 탈원전 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다는 취지로 답하면서도 “두산중공업의 원전 비중이 13%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원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13% 비중이면 기업 생존을 좌우할 사업이다. 최소한 신한울 원전만이라도 건설을 재개하는 게 합리적 해결책일 것이다.
환경단체 출신 여당 의원은 “두산중공업이 원전 근로자를 훈련시켜 풍력에 투자해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기업 현실을 전혀 모르는 소리다.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신재생 사업을 할 수는 있겠지만 하루아침에 주력사업을 바꾸기란 불가능하다. 두산중공업을 신재생 전문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것은 ‘원전을 수출하겠다’는 정부 방침과도 모순이다. 문 대통령은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국가를 방문할 때마다 ‘한국형 원전’을 세일즈해 왔다. 논란이 됐던 체코를 들렀을 때도 청와대는 원전 수출외교가 목적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유일한 원전 수출기업인 두산중공업까지 신재생 기업으로 전환시키면 누가 원전을 수출할 수 있겠나. 원전 수출이 탈원전 정책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위장술이란 의심을 사는 이유다. 멀쩡한 기업을 위기로 몰아넣고 원전 수출까지 헛구호로 만드는 탈원전 정책은 이제라도 철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