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회사 직원들이 직접 나서자 매출도 '쑥쑥'

입력 2020-05-31 13:54
수정 2020-06-01 17:57
패션업체 직원들이 직접 유튜버, 인스타그래머로 속속 진출하고 있다. 신선한 인물과 스토리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일반 직원들의 리뷰와 홍보 방식이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최근 인플루언서 ‘헬로여진’(임여진 11am 대표·사진 왼쪽)과 인스타그램 라이브방송(라방)에 등장한 LF 화장품 ‘아떼’의 마케팅팀장은 특유의 입담과 패션 센스로 라방에 나온 제품들을 ‘완판’(완전 판매)시켰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삼성물산 패션부문, 무신사 등도 직원들을 앞세워 다양한 콘텐츠를 유튜브에 선보이고 나섰다.


LF가 라방에서 아떼 립스틱을 완판시킨 건 지난달 27일이었다. 2시간 동안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는데 소개한 제품이 다 품절됐다. ‘불리 1803 오 트리쁠 리켄데코스’ 향수와 로즈오일, 핸드크림 등 준비한 제품이 모두 ‘완판’됐다. ‘아떼 브리즈 립 스테인 2호 셰이셸’ 립스틱도 수백 개가 팔리는 등 이날 LF가 ‘라방 효과’로 올린 매출액만 수억원어치를 기록했다.

이 라방을 기획한 한민주 LF 코스메틱 마케터는 “아떼 립스틱을 효과적으로 판매하기 위해 유명 인플루언서 헬로여진에게 제안을 한 것이 이렇게 좋은 반응을 얻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00명도 안 됐다가 라방 직후 1900여명으로 늘었고, 라방에서 착용한 제품명을 묻는 다이렉트메시지(DM)만 수백개가 왔다. 심지어 CJENM의 다이아TV에서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주겠다고 연락을 받기도 했다. 일반 직장인이 순식간에 인플루언서같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것이다.


이 날 한 팀장은 자사 제품인 아떼 립스틱뿐 아니라 막스마라 원피스, 이에르로르 귀걸이와 반지 등을 착용했다. 에르메스 스카프, 루이비통 시계 등 한 팀장이 착용한 다른 패션 제품을 묻는 문의도 빗발쳤다. 예상보다 반응이 좋자 LF 사내에서 다른 브랜드들이 한 팀장에게 “우리 브랜드 제품도 팔아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LF는 현재 직원들이 출연하는 유튜브 채널 ‘스튜디옷’을 통해 ‘패피셜’(패션피플 오피셜), ‘패싸움’(패션과 관련된 토론)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최근 ‘먼데이박스’라는 자체 유튜브 채널에서 인턴 직원이 등장하는 ‘인턴뷰’(인턴이 입 턴 인터뷰) 코너를 선보이고 있다. 인턴이 사내를 돌아다니면서 각 부서별 직원들을 만나 황당한 질문을 던지는 등 인터뷰하는 영상을 재밌게 풀었다. 회사를 자연스레 소개하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에잇세컨즈’ 소속 직원들이 등장하는 ‘직(원)캠’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어색해하면서 제품을 홍보하는 20대 직원들의 앳된 모습에 귀엽다, 응원한다는 내용의 댓글이 많이 달리고 있다. 무신사도 무신사TV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직원들의 출근룩을 소개하는 등 사내 인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연예인보다 일반 직원이 “현실적이고 새롭다”는 반응이 많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패션업계에서는 앞으로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새로운 유통망을 통해 제품을 파는 사례가 크게 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LF처럼 직원들이 등장해 매출 증대 효과를 톡톡히 본 회사들은 더 ‘유튜버 키우기’에 나설 전망이다. LF 직원이 등장한 ‘닥스 트렌치코트’ 유튜브 동영상은 지난 3월 공개 직후 일 주일 동안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50% 급증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