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기존 플래그십 브랜드 'G·V' 시리즈를 없애고 새롭게 내놓은 야심작 'LG 벨벳' 후면에서 회사명과 동그란 웃음 얼굴을 닮은 LG 고유의 로고까지 빼는 초강수를 둔다. 내년 흑자전환을 내건 스마트폰 부활을 위해선 무엇이든 시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LG전자는 피처폰 시절 나왔던 '가로본능'을 닮은 신제품, 옆으로 당기는 '롤러블폰'도 순차 출시할 예정이다. LG의 특성을 살린 폼팩터(특정 기기 형태) 혁신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 수익성 개선은 비용을 확 낮춘 제조업자개발생산(ODM)·합작개발생산(JDM) 방식의 중저가폰 라인업 확대를 택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3사는 다음달 초 각사 고유 색상의 LG 벨벳 신제품을 각각 단독 판매한다. SK텔레콤은 '블루', KT는 '레드', LG유플러스는 '핑크'다. 주목 포인트는 3종 모두 LG와 로고가 없어지고, 대신 제품 영문명 'VELTVET(벨벳)'이 들어간다는 점. LG전자와 이통3사가 협의한 결과물.
다만 기존에 출시된 제품 4종(오로라 화이트·오로라 그레이·오로라 그린·일루전 선셋)은 원래대로 LG 회사명과 로고가 유지된다.
LG 벨벳의 이통사향 신제품에 'LG'와 로고가 빠지는 데는 LG 벨벳의 장점인 디자인을 더욱 부각한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후면 '물방울 카메라' 디자인과 빛에 따라 달라지는 색상이 킬링포인트인 LG 벨벳에 'VELVET'이란 직관적 문구로 소비자 이목을 끌겠다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기존 LG 벨벳의 영롱한 후면 컬러를 구현해주는 '광학 패턴'은 신제품에도 그대로 들어간다"며 "향후 출시되는 제품들에서 LG와 로고가 빠지는지에 대해선 미정"이라고 말했다.
LG전자가 일부 스마트폰 모델에서 전면의 LG 로고를 후면으로 옮긴 적은 있지만, 이처럼 아예 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LG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부의 과감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LG 벨벳은 LG전자가 고 구본무 회장 의지에 따라 2012년 내놓은 기존 플래그십 라인업 G와 V를 떼고 낸 제품이다. 로고 제거 역시 LG전자가 시도하는 '스마트폰 대수술'의 일환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LG전자 내부에서도 힘을 크게 준 제품인 만큼 판매량 증대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모두 하겠다는 결단을 내린 셈이다.
동시에 LG전자는 보급형 스마트폰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 초 출시한 30만원대 'LG Q51'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이에 북미 등 해외 일부 지역에 먼저 선보인 'LG Q61'을 지난 29일 국내 출시했다. 중저가임에도 대화면과 준수한 카메라 스펙을 앞세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위축된 스마트폰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최근 주력 시장인 북미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데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에 선보인 LG Q51을 최근 미국에도 'LG K51'로 명칭을 바꿔 출시했다. 해외에서 LG스마트폰 대표 중저가형 라인업으로 꼽히는 'LG 스타일로' 신제품인 스타일로6도 함께 선보였다. LG 스타일로6는 3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에도 스타일러스펜을 지원하는 게 특징이다.
이처럼 ODM·JDM 방식으로 생산하는 중저가 기기 물량을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려 국가별로 전략을 다르게 출시해 수익 개선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애플 등과 경쟁할 수 있는 폼팩터 혁신에도 손을 놓지 않는다. LG전자는 올 하반기 가로본능 폼팩터를 갖춘 스마트폰을 출시할 전망이다. 이 폼팩터는 디스플레이 두 개를 회전시킬 수 있어 동영상·게임 등 가로로 즐기는 멀티미디어 콘텐츠 시청에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양 옆이나 한 쪽 끝을 잡아당기면 디스플레이가 쭉 늘어나는 '롤러블폰'도 내년 상반기에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이미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서 롤러블 TV 기술력을 뽐낸 바 있다. 권봉석 대표는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LG전자가 폴더블폰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지적에 "롤러블 TV 회사가 폴더블폰 못하겠느냐"고 언급하기도 했다.
LG전자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LG전자 MC사업부가 최근에 다양한 변화를 주고 있다. LG전자가 공언한대로 내년까지 스마트폰 사업 흑자전환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