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들에게도 긴급재난지원금 수령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등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한 청원인은 '노숙인들에게도 긴급재난지원금 수령권이 보장되어야 합니다'라는 청원을 통해 "모든 시민의 권리인 재난지원금 수령권이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인 노숙인들에게도 보장될 수 있어야 한다"고 썼다.
이 청원인은 구체적으로 실거주지 중심의 '찾아가는 신청'을 통해 노숙인들의 신청 장벽을 없애줄 것과 노숙인을 별도 가구로 인정해 지원 대상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행정지원을 해 줄 것을 제안했다.
청원인은 정부가 제공하는 '찾아가는 신청'이 거동이 불편한 독거·고령 노인이나 장애인 등으로 제한돼 있다며 이를 노숙인에게도 확대 적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주민등록 세대를 기준으로 가구의 세대주가 재난지원금을 신청·지급 받는 것을 두고 주민등록상에는 이름이 올라가 있지만, 장시간 가족과 연락이 끊긴 노숙인의 경우 재난지원금을 수령할 수 없다는 점을 들며 노숙인을 별도 가구로 인정해 줘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들에게는 선불카드나 지역사랑상품권이 아닌 현금지급이 필요하다고 했다. 청원인은 "노숙인들의 가장 큰 욕구는 '주거 문제의 해결'"이라며 "정부는 지난 4일부터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수급자에게 재난지원금을 현금으로 지급한 것처럼 노숙인들에게도 현금지급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많은 노숙인들은 금융채무연체로 통장과 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며 "이 경우 압류방지 통장을 개설해 지급하거나, 공무원 입회 하에 현금으로 지급해 달라"고 했다.
빈곤사회연대·홈리스행동 등 4개 노숙인 인권 단체들은 지난 9∼10일 긴급재난지원금 현금지원 대상자가 아닌 노숙인 102명을 대상으로 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77.5%가 지방자치단체 재난수당을 신청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로는 '주소지가 현 거주지에서 멀어서'(27%), '신청 방법을 몰라서'(26%), '거주불명등록자라서'(23%) 등이 있었다. 응답자 50%는 가장 필요한 지출 항목으로 주거비를 꼽았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수단 중 하나인 신용·체크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이들은 전체의 24.5%에 불과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