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남녀' 설득당할 수밖에 없는 '정일우 표' 진심 화법

입력 2020-05-29 11:01
수정 2020-05-29 11:03


논리보다 강한 건 진심을 다한 마음이다. ‘야식남녀’ 정일우에 모두가 설득되는 이유다.

JTBC 월화드라마 ‘야식남녀’에서 셰프 박진성(정일우)은 CK 채널 계약직 PD 김아진(강지영)에게 ‘구세주’라 불린다. ‘야식남녀’ 제작이 결정되고 파일럿 녹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해결사가 돼줬기 때문. 냉철한 카리스마로 예능국을 휘어잡는 ‘마녀’ 본부장 차주희(김수진) 뿐 아니라 단호하게 자신의 제안을 거절했던 천재 디자이너 강태완(이학주), 그리고 프로그램 ‘야식남녀’ 고민 사연자까지, 진성은 의심하고 반대하고 또 거부했던 모두의 마음을 돌려놓았다.

진성은 가장 먼저 본부장의 진심을 들여다봤다. 본부장은 프로그램의 호스트 셰프로서 그의 고민 상담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일이 재미없다”는 상황에 솔루션 제시를 다짜고짜 요구했다. 이에 진성은 잠시 본부장실을 둘러봤다. 창문 빼곡히 붙여진 메모지, 쌓여있는 서류들, 빈틈없는 스케줄이 ‘일중독자’인 그녀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이를 간파한 진성은 “그만두세요”라는 다소 극단적인 솔루션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말이 가진 충격파는 되레 일에 대한 그녀의 애정을 일깨웠다. “소중한 게 뭔지 알려면 일단 잃어보는 것도 방법이다”라는 조언에 깐깐한 그녀의 마음도 움직였다.

완고한 태완의 마음을 돌릴 땐 솔직 화법이 통했다. 진성은 첫 만남에서 자신의 의상을 “우스워 보일 수 있다”고 지적한 태완에게 느꼈던 불쾌한 감정까지 그대로 털어놓았다. 그렇지만 그의 말대로 사람들 앞에서 우스워 보이고 싶지 않았고, 이에 “한번만 도와주실 수 없겠습니까”라며 제안이 아닌 도움을 구했다. 결정적으로 태완의 마음을 돌려 세운 건 커밍아웃에 대한 그의 생각이었다. “저한테 게이란 건 부끄러운 말이 아니에요. 누구든 어떤 이유에서든 조롱을 받아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단호한 진심을 드러낸 것. 편견 없는 생각과 진실된 태도에 태완은 ‘야식팀’에 합류하게 됐다.

아진을 단골로 사로잡았던, 온 마음을 다한 그의 위로는 ‘야식남녀’ 파일럿 녹화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곱창을 즐겨먹었지만, 그의 배신으로 인한 상처 때문에 더 이상 곱창을 먹지 못하게 된 사연자에게 보란 듯이 곱창 리소토를 내어준 진성. “지금 저 놀려요? 곱창만 보면 토할 것 같다구요”라는 사연자의 반응은 당연했다. 어쩌면 사연자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다른 음식으로 적당히 위로하는 게 서로에게 편한 방식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괴롭더라도 사연자가 고통스런 기억을 마주하길 진심으로 바랐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상처를 극복하고, “기억해내 봐요. 당신이 진짜 좋아하는 것들을”이라며 자신을 되찾길 희망했다. 사연자의 마음을 섬세하게 헤아린 그의 진정성이 느껴진 대목이었다.

이처럼 정말로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진심 화법은 진성의 말에 힘을 싣는다. 그렇기에 그의 한 마디에 시청자들 또한 위로를 받을 수 있던 것. 진짜 ‘힐링’이란 거창한 게 아닌 누군가의 따뜻한 진심이라는 사실을 일깨웠다.

한편 ‘야식남녀’는 매주 월, 화 오후 9시 30분 방송된다.

신지원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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