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에 대한 기자회견을 연다. 홍콩의 관세·무역·비자·투자 특별지위 박탈 등 고강도 제재를 꺼낼지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자회견 계획을 알리며 “우리는 중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세계 도처에서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우리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되풀이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필요하면 홍콩은 중국과 같은 방식으로 대우받아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관세와 금융 투명성, 주식시장 상장과 같은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의 보복 조치가 미국에 더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영 환구시보에 따르면 류자오자 홍콩·마카오연구회 부회장은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대다수 조치가 비용이 매우 많이 들고 얻는 효과는 매우 적은 것들 뿐”이라며 “보복 조치는 미국에 더 큰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량하이밍 중국실크로드연구원 원장도 “미국이 홍콩을 제재하면 홍콩에 주재하는 미국 기업을 비롯해 서방 기업들이 홍콩 시장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그 대가가 매우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기업과 월가 등은 트럼프의 재선을 목적으로 한 정치적 결정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JP모간,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미국 5대 투자은행의 지난해 대(對)중국 익스포저(대출·보증·투자 등 위험노출액)가 708억달러(약 87조6000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보복 조치가 뒤따를 경우 미 은행들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 보란 듯이 위안화 가치를 또다시 평가절하했다.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05% 올린 달러당 7.1316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 환율은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지난 25~26일 이틀 연속 금융위기 때인 2008년 2월 28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는데 또다시 최고치(위안화 가치는 최저치)를 경신했다. 전문가사이에선 중국 당국이 지난해 위안화 급락 국면 때와 달리 적극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의도적으로 위안화 약세 흐름을 방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선 작년 여름에 이어 환율전쟁이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편 중국은 홍콩 보안법 법제화를 위한 후속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다음달 초 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세부 내용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르면 8월 보안법이 시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베이징=강동균/워싱턴=주용석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