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배송’ ‘새벽배송’ 등으로 혁신하던 국내 유통·물류시스템이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비상등이 켜졌다. 그제 이후 경기 부천과 고양의 쿠팡 물류센터, 서울 장지동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서만 확진자가 82명(28일 오후 3시 기준) 나왔다. 그제 40명이었던 국내 신규 확진자 수는 어제 79명(0시 기준)으로 두 배로 늘어나 광범위한 지역감염 확산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현행 ‘생활 속 거리두기’ 체제는 유지하되, 오늘부터 내달 14일까지 공원, 미술관, 연수원 등 수도권 공공·다중시설 운영을 한시 중단키로 했다. 등교 수업도 예정대로 진행하고, 상황이 엄중한 지역은 유연하게 조정하기로 했다.
이번 사태는 우리나라의 잘 짜여진 택배시스템이 코로나 확산 방지는 물론 ‘방역모범국’ 한국의 이미지를 쌓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어디서든 필요한 물품을 살 수 있는 편의점 등이 잘 갖춰진 때문이기도 하지만, 선진 택배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생필품 사재기를 막은 게 사실이다. 식료품 등을 온라인으로 배송받으며 외출을 자제한 사람이 많아 감염병 확산을 줄일 수 있었다.
그랬던 물류시스템이 거꾸로 바이러스 전파 통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낳고 있다. 이태원 클럽발(發) 위기 이상의 충격파를 던지는 이유다. 이로 인해 모범방역국 이미지의 ‘공든 탑’마저 무너질까 걱정스럽다. 물류센터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며 사태가 장기화하면 배송 차질이 불가피하다. 쿠팡의 부천·고양센터는 허브 역할을 하는 대형 물류센터라서 더 그렇다.
사태 진정을 위해 국내 물류센터 운영 전반이 코로나 확산의 불씨를 안고 있었다는 점을 되짚어야 한다. 1600명이 일하면서도 다닥다닥 붙어 앉아 식사하고, 회사가 제공한 방한복을 돌려 입었을 정도라고 한다. 한국의 물류망이 K방역의 기초를 만든 만큼 더 철저하게 점검해 더 이상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