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거점 美로 옮기는 네이버…1조弗 시장서 디즈니와 붙는다

입력 2020-05-28 17:40
수정 2020-05-29 01:58
네이버가 해외시장에 불고 있는 한국 웹툰 바람을 확산하기 위해 미국 자회사를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한다. 북미지역 사업을 총괄하는 웹툰엔터테인먼트가 네이버의 글로벌 웹툰 사업을 총괄한다. 현지 대표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손잡고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를 확대하는 등 웹툰 열풍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하려는 전략이다.


웹툰 자회사 지배구조 개편

지금까지 네이버 웹툰 사업의 중심은 한국이었다. 네이버가 네이버웹툰을 자회사로 두고 네이버웹툰 산하에 웹툰엔터테인먼트(미국), 라인디지털프론티어(일본), 스튜디오엔(한국) 등 손자회사가 자리하고 있다.

첫 변화는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일본 사업을 인수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일본 라인이 보유하고 있는 라인디지털프론티어 지분 70%를 확보했다고 28일 발표했다. 라인은 라인디지털프론티어 지분을 넘겨주는 대신 웹툰엔터테인먼트 신주를 확보했다. 웹툰엔터테인먼트 전체 지분의 33.4% 규모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앞으로 다른 웹툰 자회사 지분 인수에도 나선다. 동시에 네이버는 웹툰엔터테인먼트 지분 66.6%를 확보할 계획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올 하반기까지 웹툰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웹툰 자회사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대대적으로 웹툰 관련 자회사 개편에 나선 것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사업에 더욱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지난 1분기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거래액은 전분기 대비 60%가량 증가했다. 상승세를 주도한 곳은 북미 지역이다. 이 지역의 결제자는 전년 대비 3배, 결제자당 결제금액은 2배 이상 늘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웹툰 월간 방문자수(MAU)가 해외에서 많이 증가했다”며 “올해는 북미와 일본 등의 이용자 확보에 중점을 두고 웹툰 콘텐츠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글로벌 콘텐츠 공략 거점으로

미국 콘텐츠 시장은 세계 어느 곳보다 규모가 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9년 미국 콘텐츠 시장은 8764억달러에 달했다. 2위인 중국(3407억달러)의 두 배 이상 규모다. 같은 기간 한국 시장은 656억달러였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언택트 문화가 확산하면서 시장 성장세는 더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시장은 2023년 1조77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네이버는 완성도 높은 국내 콘텐츠를 토대로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전략을 세웠다. 이 전략은 이미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지난달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 동시 공개된 네이버웹툰 원작 애니메이션 ‘신의 탑’은 1화 공개 이후 미국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9위에 올랐다.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 내 주간 인기 애니메이션 랭킹에서는 높은 점수로 1위를 차지했다.

네이버는 앞으로 미국을 글로벌 콘텐츠 시장 공략의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미국은 영어권 문화를 기반으로 영화, 애니메이션 등 세계 콘텐츠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미국을 거점 지역으로 삼아 남아메리카, 유럽 등지로 웹툰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