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와 정기적인 만남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와의 오찬에서 "협치의 쉬운 길은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자주 만나는 것"이라며 "아무런 격식 없이 만나는 것이 좋은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했다.
현안이 없어도 정기적으로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는 일이 안 풀릴 때 문제를 타계하려 만나다 보니 만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았다"며 "정기적으로 만나 현안이 있으면 현안을 얘기하고 없을 때는 정국을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모두 대화와 협상을 중시하는 분이라 기대가 높다"며 "서로 잘 대화하고 소통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주 대표가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과 노무현 전 대통령 11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행보를 높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주 대표와는 국회의원 시절 국방위원회 동기"라며 "합리적인 면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국회가 제때에 개원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는 그간 법에 정해진 날짜에 정상적인 방식으로 개원을 못해왔다"며 "시작이 반이라고 하는데 두 분이 역량을 잘 발휘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이후에는 미래를 향한 경쟁이 될 것이라며 거듭 협치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누가 더 협치와 통합을 위해 열려있는지 국민이 보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대 국회도 협치와 통합을 표방했지만 실제로 나아지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라고 덧붙였다.
협치를 위해 "그간 타협점을 찾지 못했던 문제들은 이제 한 페이지를 넘겼으면 한다"고도 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야당 일각에서 5·18을 부정한다든지 서로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 있었던 일에 대한 언급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세계적으로 대공황 이후 처음이라는 지금 같은 위기 국면에 국회에서 3차 추경안과 고용관련 법안이 신속히 통과되길 바란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7월 출범에도 차질이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 대표는 정무장관의 신설을 제안했다. 그는 "특임장관시절 정부 입법 통과가 4배로 늘었다"며 "야당은 청와대 관계자와 만남이 어려운데 정무장관이 있으면 편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의논해보라"고 지시했다. 보통 청와대 정무수석은 여당과 정무장관은 야당과 소통하는 자리로 알려져 있다.
식사가 끝나고 이어진 산책에서도 최대 관심은 협치 였다. 강 대변인은 "청와대 경내에 있는 석조여래좌상을 소개하고 내려가는 길에 김 대표가 '오늘 우리들을 위해 일정을 많이 비우셨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걸음을 멈추고 '국회가 제때 열리고, 법안이 제때 처리되면 제가 업어드릴게요'라고 했다"고 전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