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SNS 업체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SNS 업체들이 정치적 편향성을 보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SNS 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트럼프 대통령이) 곧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SNS 플랫폼의 폐쇄를 경고하고 나선 지 하루 만에 나온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반응이다. 마무리 작업 중인 행정명령은 SNS를 단순한 정보통신 서비스가 아니라 ‘공론의 장’으로 규정하는 게 핵심이다. 이 경우 사용자들이 어떤 글을 올려도 SNS 업체가 임의로 계정 정지 등 제재를 가할 수 없게 된다.
이번 논란은 “우편투표는 사기”라고 주장한 두 건의 트럼프 대통령 트윗에 대해 트위터가 ‘사실을 확인하라’란 문구를 붙이면서 시작됐다. 트위터는 이 문구를 누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상반되는 주요 언론사 기사가 나오도록 조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가 미국 대선에 개입하고 있다”고 비난한 데 이어 “의사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트위터를 대통령으로서 용납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또 “SNS 플랫폼이 보수 진영 목소리를 완전히 묵살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트윗에서 “부정확하거나 다툼의 여지가 있는 선거 관련 정보에 대해 계속 지적하겠다”며 개의치 않는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다른 SNS 플랫폼인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SNS를 검열하는 건 올바른 대응이 아니다”고 일침을 놨다. 다만 “SNS 기업은 게시 내용에 대해 사실을 확인하는 중재자가 돼선 안 된다”며 트위터와도 거리를 뒀다.
트럼프 대통령이 SNS를 폐쇄하는 초강경 조치를 취하는 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 자유인권협회는 “행정명령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반한다”고 밝혔다. 소송전이 벌어질 경우 SNS 업체들이 유리하리란 판단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트위터에서 탈퇴할 것으로 전망한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