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표적 언택트(비대면) 수혜 기업이자 새벽배송 1, 2위인 쿠팡과 마켓컬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과 불신이 자칫 업계 전반에 불똥을 튀길 수 있어서다.
소비자들 “대형마트 가서 장보겠다”
28일 e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관련 업체들은 쿠팡 사태로 택배 이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이메일과 문자 등을 통해 “택배 상자를 이용한 배달은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낮고 물류센터도 철저하게 방역하고 있다”고 적극 해명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쌓아올린 신선식품 신뢰도가 이번 사태로 무너지고, 자칫 온라인 쇼핑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주요 지역 맘카페에서는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난 25일부터 온라인 쇼핑에 대한 불안을 토로하는 게시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카페 회원은 “신선식품은 물론 기저귀와 물티슈 등을 쿠팡에서 사 왔는데 아이 때문에 불안해서 안 되겠다”며 “당분간 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다수의 소비자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주문한 뒤 물류센터에서 제품이 어떻게 집 앞까지 배달되는지 잘 모른다”며 “택배 상자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묻어올 수 있다는 불안이 한 번 생기면 방역당국과 e커머스 업체들이 뭐라고 설명해도 온라인 쇼핑 자체는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계 선두 기업들에 대한 불신이 다른 기업들에 반사이익을 줄 거라는 분석도 ‘쑥’ 들어갔다. 온라인 신선식품 3위로 꼽히는 ‘쓱닷컴’의 경우 지난 27일 새벽배송 주문량은 지난주 같은 요일 대비 약 1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쓱닷컴 관계자는 “28일 주문량도 이전에 비해 큰 변화가 없는 상태”라며 “이번주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식당서 거리두기·방역 횟수↑
e커머스 업체들은 각자 물류센터의 방역조치 강화에 나서고 있다. 쿠팡 측은 “직원들에게 일할 때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을 사용하도록 했다”고 밝혔지만 식당과 흡연 공간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접촉하는 등 사각지대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마켓과 옥션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임원급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역 조치를 시행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물류센터 직원들은 식당에서도 서로 거리를 두고 밥을 먹도록 보안 요원이 관리한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번주부터 동선 등 자가 체크리스트를 쓰게 하고, 사실대로 기재하지 않았다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공지했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업체인 오아시스마켓은 물류센터 직원과 배송 기사의 접촉을 차단했다. 오아시스마켓 관계자는 “외부에 전용 컨테이너를 따로 만들었다”며 “물류센터 직원들이 새벽배송용 택배 상자들을 컨테이너에 쌓아 놓으면 배송 기사들이 상자를 갖고 나간다”고 설명했다.
쓱닷컴은 기존에 배송차량을 하루 한 번 방역하다 최근 오전과 오후 한 번씩 총 두 번으로 늘렸다. 쓱닷컴 관계자는 “신세계의 온라인 전용센터 ‘네오’는 자동화 설비가 많아 물류센터 직원 자체가 적다”며 “기본적으로 직원들이 2m 이상씩 떨어져 있고 단기 아르바이트생이 없어 근무복도 개인마다 따로 지급한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