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랭식 열교환기업체 KHE, 유일기술투자에 매각돼 경영 정상화 '시동'

입력 2020-05-28 17:17
수정 2020-05-28 17:41


한때 세계 시장점유율 20%를 자랑하던 글로벌 공랭식 열교환기업체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8개월만에 사모펀드에 매각돼 기사회생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제11부(김상규 재판장)는 지난 27일 서울법원종합청사 제3별관 제1호 법정에서 관계인 집회를 열고 공랭식 열교환기업체 ‘KHE’의 관리인이 제출한 이 회사 회생계획안을 인가했다. KHE가 법정관리를 신청해 개시 결정이 이뤄진 작년 9월 이후 8개월만에 경영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신기술사업금융업체인 유일기술투자가 주도하는 550억원 규모의 기업재무안정펀드가 KHE의 빚을 정리하고, 유상증자 등으로 운영자금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 펀드엔 유일기술투자가 175억원을 출자했고 한국자산관리공사와 대한방직 등이 각각 275억원, 100억원규모로 참여했다. 유일기술투자는 기업구조조정의 전문가인 이호준 대표와 예금보험공사 부사장 출신으로 금융회사 매각(M&A) 경험이 많은 김광남 대표가 각자 대표를 맡고 있다.

KHE는 정유, 석유화학, LNG 플랜트에 들어가는 글로벌 공랭식 열교환기 전문 회사로 한때 글로벌 시장점유율 20%대를 기록한 기업이다. 주요 경쟁상대는 한국의 S&TC, 프랑스 하몬, 켈비온, 미국 허드슨 등이다.

열교환기란 고온의 액체를 촘촘한 관에 통과시키면서 공기를 통해 냉각시키는 장치다. 주로 원유정제제품(액체)나 액화천연가스(LNG) 등을 냉각시킬 때 사용하며, 냉각수 대신 공기를 통풍시켜 열을 낮추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중동지역 수출이 많았던 KHE는 공랭식 열교환기 분야에서 한때 세계 2~3위권의 지위에 있었다. 하지만 2008년 키코 손실과 2014년 플랜트 건설시황 악화에 따라 2018년 말부터 유동성 부족에 직면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KHE 본사는 군산자유무역지역내 위치해 있고, 15만8860㎡규모 대지에 설계, 제작, 조립, 도장, 도금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일관 생산체계를 갖추고 있다. 생산된 제품은 5분거리에 있는 군산항을 통해 해상 운송된다. 주요 수출 국가는 중동, 북미, 유럽 등이다. 제작공정에 필요한 전문 설비 및 기술 인력을 직접 보유해 외주 없이 자체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이호준 유일기술투자 대표는 “KHE 투자는 세계 5위 이내의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신기술사업자에 대한 투자임과 동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생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차원의 투자에 해당한다”며 “향후 KHE의 기술력의 유지 및 제고를 통한 품질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시장에서 원가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빠르게 경영정상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