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달 1일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행사를 홀로 개최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북한에 공동 개최 제안조차 하지 않으면서 행사 의미를 스스로 퇴색시킨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통일부는 6월 1일부터 15일까지 전국 온·오프라인을 통해 ‘평화가 온다’를 주제로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행사를 연다고 28일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단독 개최 배경에 대해 “20주년인 만큼 남북이 같이 동참했으면 하는 희망이 있었지만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실질적 여건을 감안하고, 정세 문제도 고려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북한 측에 공동 개최와 관련한 제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당국자는 “남북관계 경색국면이 지속되는 상황이고 올해 초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상황이 닥치면서 (공동 개최를) 북에 제의하는 게 맞는지 생각하게 됐다”며 “(정부 차원의) 제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최근 천안함 폭침으로 시작됐던 독자적 대북제재인 ‘5·24 조치’에 대해 “실효성이 상당 부분 상실됐다. 남북 간 교류·협력 추진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판문점 견학 재개, 파주 ‘DMZ(비무장지대) 평화의 길’ 운영 재개 등을 준비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유화책을 펴고 있지만 북한은 이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난 3일 DMZ 감시초소(GP) 총격 사건에 대해서도 사과하지 않고 있다.
통일부는 대신 이번 행사를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전국단위 기념행사·문화 프로그램으로 기획했다. 일반시민들이 평화를 주제로 노래·춤·연주·그림 등을 활용해 SNS에 공유하는 ‘평화챌린지’, 가수들을 초청해 음악 경연을 하는 KBS ‘불후의 명곡’ 등이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김연철 통일부장관,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평화를 주제로 대담하는 포럼도 개최된다.
6·15공동선언은 2000년 6월 15일 평양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대중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발표됐다. 광복 이후 남북 최고 지도자가 합의해 발표한 최초의 선언이기도 한 6·15공동선언은 통일 문제의 자주적 해결 등을 골자로 한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