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털기] 레이싱 피 흐르는 '미니 JCW'…귀요미 야수

입력 2020-05-31 07:37

'미니답지만, 미니답지 않은'

대부분의 자동차는 차급에 따라 유사한 평가 기준을 갖는다. 그랜저나 K7, 벤츠 E클래스, BMW 7시리즈 등을 비교할 경우 평가의 잣대는 거의 동일하다. 브랜드 선호도와 가격 등의 요소는 차이가 있지만, '이 차급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라는 기준점에 있어서는 이견이 적은 편이다.

해당 차급을 바라보는 통상적인 평가에서 완전히 벗어나 고유의 평가 기준을 세운 브랜드는 많지 않다. 프리미엄 소형 브랜드 미니는 '미니답다'는 고유한 평가 기준을 세운 보기 드문 브랜드다. '미니는 미니다워야 한다'고 외치는 이 브랜드에서 최근 역사상 최고 출력을 가진 미니 클럽맨 JCW를 선보였다.

JCW는 미니의 고성능 차량으로 '존 쿠퍼 웍스'를 의미한다. 1960년대 포뮬러 1 레이서와 머신 제작자로 참여하며 미니를 고성능 차량으로 탈바꿈시킨 '존 쿠퍼'를 기리는 뜻이 담겼다. 이달 초 만나본 미니 클럽맨 JCW는 미니의 지평을 넓힌 차량이었다. 미니 특유의 고카트 감성을 담아내면서도 미니를 외면하던 소비자들도 납득할 수 있는 승차감을 갖추고 있었다.

미니는 카트를 운전하는 것 같은 가속력과 운전재미를 느끼는 고카트 감성을 추구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갖게 된 무거운 스티어링 휠과 딱딱한 승차감은 미니를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브랜드로 만들었다. 미니 클럽맨은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고자 공간을 넓히고 승차감을 개선해 대중성을 높인 모델이다. 경차에 비교되던 작은 차체는 여느 소형차 수준으로 커졌고, 트렁크 사용은 편리해졌다. 승차감도 다소 도로를 훑는 느낌이 있지만, 다른 미니 차량에 비하면 매우 부드러워졌다.


다만 이 과정에서 무게가 무거워져 폭발적인 성능을 기대할 수 없게 됐고, 이는 미니의 고카트 감성을 훼손했다. 미니 클럽맨 JCW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미니의 고민이 담긴 모델이다. 미니 역사상 가장 높은 최고출력 306마력, 최대 토크 45.9kg.m을 갖춰 기존 클럽맨 대비 170마력, 23.5kg.m 높은 성능을 제공한다.

외관은 기존 미니 뉴 클럽맨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전장·전폭·전고는 4266·1800·1441mm로 동일하며 공차중량은 1480kg에서 1640kg으로 다소 늘었다. JCW 특유의 줄무늬 문양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JCW 문양과 높아진 엔진 출력을 위해 추가된 공기흡입구가 이 차의 폭발적인 성능을 암시한다.

실내는 실용성을 높인 클럽맨에 걸맞게 넉넉한 공간을 갖췄다. 일반적인 소형차에 비하면 좁지만, 미니는 좁은 공간으로 인한 불편함을 다소 감수해야 하는 브랜드다. 그럼에도 운전석에서 갑갑함이 느껴지지 않고 뒷좌석에 성인 남성이 무리없이 앉을 수 있다는 점은 상당한 장점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빨간 스티치로 멋을 부린 스티어링 휠이 눈에 들어온다. 그 너머로 원형 속도 계기판과 그 옆의 반원형 RPM 계기판과 연료 게이지 등이 눈에 들어온다. 좁은 공간 문제로 속도 계기판만 원형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스포츠카라면 속도 대신 PRM이 중앙에 오길 바랬겠지만, 실용 영역에서는 속도가 중앙에 위치한 것이 더 편리하다.

센터페시아 버튼들은 비행기 조종석을 본딴 디자인을 갖췄다. 중앙 디스플레이는 터치와 조그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빠릿한 반응 속도를 자랑했다. 디스플레이를 둘러싼 원형 램프는 주행 모드와 주행 RPM 등에 따라 다양한 색을 내며 모양이 변화해 운전의 소소한 재미를 더한다. USB 포트와 USB-C 포트, 무선 충전기도 탑재됐다. 다만 무선충전기의 경우 스마트폰을 고정하는 방식이었는데, 갤럭시S8은 쉽게 장착됐지만 갤럭시S9+는 고정 가능한 크기를 넘어 사용할 수 없었다.

알칸타라와 가죽이 조화된 헤드레스트 일체형 시트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착좌감을 제공한다. 실내 곳곳에서 눈에 보이는 블랙 하이그로시와 크롬 재질, 탄소섬유 패턴 소재는 고급감을 주기 충분했다. 이러한 만족감은 뒷좌석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뒷좌석에도 USB-C 포트 2개가 마련됐다.


시동을 걸고 본격적인 주행에 나서자 여느 소형차와 다르지 않은 배기음을 냈다. 노멀 모드의 주행은 미니답지 않게 정숙했다. 도로에 다소 패인 부분 정도는 큰 충격없이 넘어갔다. 반대로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자 도로 위에서 가장 시끄러운 차가 누구인지 따지듯 부릉대는 배기음이 한껏 높아졌다.

도로를 훑으며 모든 충격을 전달했지만, 페달을 밟을수록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폭발적인 힘이 더해졌다. 소형차 크기에 306마력을 내니 초반 가속에 있어서는 포르쉐도 부럽지 않았다. 높은 속도로 코너를 돌아도, 연달아 스티어링 휠을 크게 돌려도 바닥에 딱 붙은 듯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주행 모드 버튼만 눌렀는데, 도로 위의 신사에서 악동으로 변신한 셈이다.

미니다운 고성능과 미니답지 않은 실용성을 동시에 갖췄다. '미니다움'을 원하지만 기존 미니는 뭔가 하나씩 아쉬웠던 소비자에게 미니 클럽맨 JCW는 상당한 매력을 가질 전망이다. 다만, 최근 대세로 자리잡은 반자율주행 등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ADAS)은 기대할 수 없다. 차로유지보조, 사각지대 감지센서도 빠졌다.

그럼에도 가격은 5700만원으로 제네시스 G80와 맞먹는 수준이다. 뒷좌석 가족이 편안하기를 원하는 운전자나 서킷에서 폭발적인 성능을 즐기고 싶은 운전자 모두 적지 않은 대안을 가지고 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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