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버핏 추종자' 빌 애크먼도 벅셔해서웨이 지분 매각

입력 2020-05-28 11:25
수정 2020-06-01 00:31
워런 버핏의 추종자를 자처했던 헤지펀드 창업자가 벅셔해서웨이 주식을 모두 매각했다. 워런 버핏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며 수익을 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헤지펀드 퍼싱스퀘어의 최고경영자(CEO)인 빌 애크먼은 보유하고 있던 벅셔해서웨이 지분 전량을 처분했다고 2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날 투자자들과의 컨퍼런스콜에서 애크먼은 퍼싱스퀘어의 운용자산 규모가 벅셔해서웨이보다 작기 때문에 “더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애크먼이 버핏을 오랫동안 ‘멘토’로 여겨왔다고 보도했다. 애크먼은 지난해 4월 “오랜 기간 나의 멘토는 버핏이었고, 최근 그와 알고 지내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며 “퍼싱스퀘어의 목표는 버핏을 따르는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퍼싱스퀘어는 지난해 8월 벅셔해서웨이 B주에 투자했다. 지분율로는 0.25%, 당시 주가 기준으로는 6억8800만달러어치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애크먼과 버핏은 상반된 투자방식을 택했다. 벅셔해서웨이는 3월말 기준 1370억달러의 사상 최대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지는 않았다. 벅셔해서웨이는 미국 항공주와 은행주를 매각했고, 지난 1분기에 497억달러의 손실을 봤다.

반면 애크먼은 코로나19를 적극적인 투자기회로 활용한 투자자로 주목받았다. 퍼싱스퀘어는 지난 19일 기준으로 약 21%의 투자수익률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애크먼에 따르면 일부 펀드의 수익률은 27%까지 올랐다. 그는 코로나19로 기업들의 신용이 악화되는 점을 활용한 헤지투자 전략으로 26억달러를 벌어들였고, 이를 활용해 지분 매입에 나섰다. 세계적인 호텔기업인 힐튼 월드와이드 홀딩스, 자산개발회사인 하워드휴즈 코퍼레이션,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 등에 투자했다. 반면 사모펀드(PEF)인 블랙스톤, 파크스 호텔즈 앤 리조트 지분은 매각했다.

애크먼은 “투자한 주식 대부분이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S&P500 지수의 상승에 대해서는 “아마존, 페이스북 등 대형 정보기술(IT)주는 올랐지만 대부분은 아직 주가가 떨어져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