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대한항공 신주, 버핏이라면 청약할까

입력 2020-05-28 10:41
수정 2020-06-04 11:11
≪이 기사는 05월27일(07:4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오는 7월 17일 대금납입을 목표로 1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 중입니다. 신주배정기준일은 다음달 8일입니다. 투자자들은 다음달 4일(D-2)까지 대한항공 주식을 매수할 경우 신주를 청약할 수 있는 권리를 얻습니다. 그 다음엔 배정받은 신주를 청약할지, 중간에 신주인수권을 매도할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주주 게시판에선 청약 매력을 놓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비록 사정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앞으로 얼마나 더 큰 손실을 안길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미래 여객수요의 빠른 회복을 기대한다면, 싼 값에 주식을 취득하는 ‘가치투자’ 기회일 수 있으나 확신을 갖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89)의 판단도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습니다. 버핏은 지난 2일 벅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미국 항공사 주식을 전량 손절매도했다”고 밝혔습니다. 벅셔해서웨이는 작년 말 기준 델타항공과 아메리칸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 지분을 10% 안팎씩 들고 있었습니다. 총 투자금액은 약 40억달러에 달했습니다.

그의 과감한 손절매도는 다소 뜻밖이었는데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골드만삭스 주식을 사모을 만큼 ‘역발상 가치투자’의 대가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외신들은 그가 항공업의 미래를 장기적으로 어둡게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항공주 투자를 “실수였다(I just decided that I’d made a mistake)”고까지 표현했으니까요.

아마도 일반인보다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내렸을 버핏의 이런 판단은 대한항공 신주 청약을 저울질하는 투자자들에게도 부정적 재료일 텐데요. 그렇다고 그를 전적으로 신뢰해 항공주를 외면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버핏은 과거에도 실수를 종종 인정했고, 델타항공 등 많은 국내외 항공주 가격은 그가 손절매도를 밝힌 시점보다 더 낮아져 있습니다. 유상증자 신주의 시가 대비 할인율은 20%입니다.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투자자라면, 그의 손절매도 배경을 엿볼 수 있는 다음의 코멘트가 지나치게 비관적인 건 아닌지 잘 판단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지금으로부터 3, 4년 뒤에도 사람들이 작년처럼 많이 비행할 것인지 모르겠다. 비행기가 너무 많다.(I don’t know that three, four years from now people will fly as many passenger miles as they did last year,” he said. “You’ve got too many planes.)”(2020년 5월 2일, 벅셔해서웨이의 첫 온라인 연례 주총에서 워렌 버핏)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