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크(MOOC)'의 부활…코세라, 가입자 1000만명 폭증 [안정락의 IT월드]

입력 2020-05-28 10:47
수정 2020-05-28 11:10

'무크(MOOC)'라는 말을 기억하는가. 온라인 대중 공개 수업(Massive Open Online Course)이라는 말로 해석되기도 하는 무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27일 보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산디프 굽타 씨는 무크 플랫폼을 이용해 인공지능(AI) 온라인 강좌를 듣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집에서도 온라인 수업을 들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미국 미시간주에 거주하는 응급실 의사인 로버트 데이비드슨 박사도 무크 플랫폼에서 공중보건 분야 온라인 석사 학위 과정을 듣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공공 의료 인프라의 단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아이들과 학생들만 온라인 교육에 눈을 돌리는 것은 아니다. 지난 두 달간 수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수업을 등록했다. 온라인 학습의 르네상스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굽타 씨와 데이비드슨 박사는 세계 최대 무크 플랫폼인 코세라를 통해 수업을 듣고 있다. 코세라는 코로나19 사태가 커지기 시작한 지난 3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두 달간 신규 가입자가 1000만 명에 달했다. 작년 같은 기간의 7배에 이른다. 또 다른 무크 플랫폼인 유다시티와 에드엑스(edX) 역시 비슷한 규모로 가입자가 급증했다.

'자율주행자동차의 아버지'로 불리기도 하는 유다시티 공동 창업자 겸 회장인 서배스천 스런은 "위기들이 온라인 학습에 있어 최고의 기회"라고 말했다.

코세라, 유다시티, 에드엑스와 같은 무크 플랫폼은 거의 10년 전부터 대규모 공개 강좌를 개설해 왔다. 그들은 스탠퍼드대,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등 명문 대학들과 협업해 전통적인 교육 방식을 혁신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용자는 크게 늘지 않았다. 스크린을 통한 온라인 교육은 피로가 누적되고 주의가 흐트러진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무크는 점점 잊혀져 갔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무크를 기억하는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이들 무크 플랫폼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새로운 방식의 수업을 개발해 나갔다. '대화형 훈련'과 '테스트' 등으로 구성된 6분 이하의 짧은 비디오, 학생들이 문제와 제안을 공유하는 온라인 포럼, 멘토링 등을 도입해 좋은 반응을 받았다.

아난트 아가왈 에드엑스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온라인 강의와 학습은 참여자들의 노력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무크는 교육을 민주화한다는 목표 아래 추진돼 왔다. 코세라는 스탠퍼드대 인공지능 연구소 책임자인 앤드루 응과 대프니 콜러 교수 등이 의기투합해 설립됐다. 유다시티 설립자인 서배스천 스런 역시 스탠포드대에서 인공지능을 가르치고, 구글에서 무인자동차, 프로젝트 '룬' 등의 연구를 주도했다. 에드엑스는 MIT와 하버드대가 주축이 돼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코세라와 유다시티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 자금을 끌어 모았다. 초기 강좌들은 모두 무료였다. 그것은 전형적인 인터넷 공식이었다. 많은 가입자를 끌어들이고 나중에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것이었다.

무크 플랫폼 경영진들은 자격증이나 학위를 따는 유료 강좌가 이수율이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전형적으로 무료 강좌를 이수하는 학생은 10% 이하인 반면, 자격증이나 학위를 취득하는 유료 강좌의 이수율은 40~90%에 이른다.

미시간대와 조지아공과대 같은 몇몇 대학들은 무크 플랫폼을 통해 일부 학위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한다. 데이비드슨 박사는 미시간대의 공중보건 강좌를 듣고 있다.

무크 플랫폼은 최근 기술 과정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유다시티는 이와 관련해 가장 과감한 변신을 했다. 구글, 아마존, 메르세데스벤츠 등 기업 파트너들과 함께 수십 개의 강좌를 자체 개발했다. 주로 프로그래밍, 데이터 과학, 인공지능과 같은 디지털 기술에 방점을 두고 있다. 서배스천 스런은 "기업들은 미래의 일자리에 사람들을 준비시키는 데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유다시티는 생존이 위협받기도 했다. 창업자인 스런이 2018년 다시 돌아와 운영 감독을 맡았을 때 유다시티는 현금이 거의 바닥나 있었다. 그 후 2년간 스런은 직원의 절반 정도를 해고했다. 그는 "내 생애 최악의 시기"라고 회상했다.

유다시티는 현재 직원 320명과 1300명의 시간제 프로젝트 담당자 등이 있다. 직원들의 기술을 향상시키고 디지털 운영에 인력을 재배치하면서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른바 '나노디그리'(유디시티가 기업의 요구에 맞춰 제공하는 학습 과정)라고 불리는 강좌는 일주일에 10시간 정도 수강하면 이수하는 데 4~6개월 걸린다. 평균 비용은 1200달러다. 이 강좌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포함한 신속한 피드백, 온라인 멘토링 등을 기반으로 한다.

보험사 스테이트팜의 비즈니스 분석가인 데이비드 헌들리 씨(30)는 지난 2년간 데이터 과학, 머신러닝(기계학습)과 관련한 유다시티 강좌를 여러 개 수강했다. 그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기술 개발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헌들리 씨는 '파이선'이나 '텐서플로' 같은 소프트웨어 도구에 능숙하다. 그는 "유다시티 강좌를 들은 것은 100% 가치 있는 일이었다"며 "2년 전에는 코딩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지만 지금은 머신러닝 엔지니어가 됐다"고 말했다.

코세라는 지난 수 년간 3억달러 이상의 벤처 자금을 모았다. 주로 대학교수들뿐만 아니라 구글, IBM과 같은 회사들에 의해 만들어진 4000개 이상의 강좌를 운영한다. 자격증 강좌의 가격은 보통 한 달에 39~79달러 수준이다. 연간 399달러를 받기도 한다. 대학 석사 과정은 1만5000달러부터 시작해서 4만달러까지 올라간다.

그러나 코세라 학생들의 10퍼센트 미만만 수업료를 지불한다. 대부분은 무료 강좌를 듣는다. 제프 매기온칼다 코세라 CEO는 "우리는 무료와 유료 학습 선택권을 모두 제공하는 혼합형 모델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기간 가장 인기 있는 과목은 '코딩'이나 돈을 버는 것과는 큰 관련이 없는 로리 산토스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의 '웰빙의 과학'이었다.

매기온칼다 CEO는 코세라를 애플의 앱스토어와 비슷한 개념으로 설명한다. 코세라는 어떤 기관이나 학교가 플랫폼에 강좌를 개설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형식 표준과 가격 범위에 대한 지침을 가지고 있다. 학위 과정의 경우 대학들이 수입의 60%, 코세라가 40%를 가져간다. 기술과 비즈니스 등에 관한 자격증 강좌는 50 대 50으로 나눈다.

코세라의 약 600명의 직원은 제품 관리자, 엔지니어, 데이터 과학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온라인 학습 경험을 개선하고 대학 과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마케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세라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에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30% 성장한 2억달러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두 달간 가입자 폭증으로 훨씬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이 추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기 과목의 범위가 넓어질 수도 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기술 관련 디지털 학습이 주목받았고, 아마도 추세는 크게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매기온칼다 CEO는 "디지털 기술직은 수요가 가장 많은 곳"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직종은 유행성 전염병의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