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혼돈의 부동산…경매시장이 들썩인다

입력 2020-05-28 15:10
수정 2020-05-28 15:12

세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이례적인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을 겪고 있다. 역사적으로 중세시대 유럽의 ‘흑사병’은 유럽 인구 3분의 1의 사상자를 낳았다. 1918년 ‘스페인독감’, 1957년 ‘아시아독감’, 1968년 ‘홍콩독감’, 2006년 ‘조류독감’,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하며 지구촌을 불안과 경계, 위기로 몰아넣었다. 세계 경제가 무역을 통한 상호의존적 관계를 형성한 이후 생산과 소비라는 연결고리는 더욱 강화돼왔다. SNS의 발달은 국지적 지역의 이슈가 세계 소비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경계 파괴의 시대를 열었다. 지금의 코로나 사태는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의 위기관리시스템을 허물 정도로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금 이 상황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 해답은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끈 베이비부머의 생각을 읽으면 도움이 된다.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 714만 명)와 2차 베이비부머(1968~1974년, 606만 명)는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온몸으로 겪은 세대다. 이들(총인구의 26%)은 생산성이 왕성한 시기에 굵직한 경제 침체기를 겪었기에 다른 세대에 비해 10년 주기 위기설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1988년 토지공개념 국회 통과와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으로 부동산 거래는 위축됐다. 당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기에 안정화를 위한 정책적 선택이었다. 하지만 시장은 생물과 같아서 그 효과를 예측할 수 없었고, 예상과 다르게 5년의 시차를 두고 안정화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때마침 외환위기라는 경제적 충격이 맞물리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2003년 부동산 과열을 안정화하기 위해 시행한 규제 정책이 시차를 두고 시장에 영향을 줬다. 안정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시기에 공교롭게도 리먼 사태가 발생하면서 침체기를 겪게 됐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는 시기에 외부 충격이 발생해 위기를 경험하는 일이 10년마다 일어난 것이다. 이런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아 10년 위기설이 시장을 지배하게 됐다. 그런데 2020년 예상치 못한 전염병의 확산은 부동산 안정화 정책과 더불어 베이비부머의 소비 및 투자심리를 경험칙에 근거해 냉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과연 지금이 위기가 아닐까’란 물음이 합리적인 이유다.

기업 생존은 이윤의 극대화에 있다. 원재료 구입과 가공, 판매, 유통을 통한 과정을 거쳐 수익을 얻고 투자와 자원 재배치를 통해 성장을 이어가는 구조다. 이익 창출은 기업가의 필수 덕목이다. 이런 가정이 성립하려면 ‘소비’라는 행위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고도화된 정보화 시대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욜로(인생은 오직 한 번뿐) 세대를 등장시키며 1인 가구, 애견, 취미산업을 키웠다. 이번 코로나19는 전염병을 피해 배달산업, 온라인교육산업 등 새로운 산업의 성장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는 금모으기 같은 국민적 단합에 힘입어 이른 시일 안에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2008년 금융위기는 과거 경제 침체에 대한 학습효과와 통화정책 시행으로 현명하게 극복했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2007년 4분기 12억원에서 2008년 8억6000만원으로 떨어졌지만 2009년에는 11억6000만원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코로나19는 시민들의 성숙한 대처와 의료진의 희생이 맞물려 세계적으로 모범이 되는 안정세를 보여주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지금의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리라고 기대하게 하는 부분이다.

이것이 ‘과연 위기와 기회는 공존하는가’란 물음이 필요한 이유다. 투자 침체기에는 관망과 보류가 투자의 주요 전략이다. 하지만 회복기가 되면 과거를 회상하며 소극적 행동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게 된다. 대출 한도 축소와 양도소득세 등의 세금 인상은 거래 감소와 함께 자산 가치를 하락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반면 저금리 기조에 따른 유동자금 증가는 실물자산 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고 있다. 혼돈의 시장 속 내 주머니를 불려줄 깐깐한 저울 재기가 필요하다. 최근 이런 상황 속 대안으로 부동산 경매가 주목받고 있다. 명품을 백화점이 아니라 공장에서 저렴하게 구매할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 남양주에 있는 아파트는 응찰자 63명, 감정가 대비 115%에 낙찰, 성남의 아파트는 55명이 응찰해 139%에 낙찰, 서울 왕십리의 아파트는 46명이 응찰해 144%에 낙찰되는 등 그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경매는 부동산의 감정평가부터 입찰까지 3~6개월가량의 시차가 있기에 입찰 시 감정가가 시세보다 저렴한 경우가 있다. 또한 낙찰 후 현금화까지 챙겨야 할 부분이 있어서 일반 매매와 달리 수익을 보는 데까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권리분석이라는 장벽으로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입찰에 몰리는 것은 지금의 위기는 시차를 두고 추세가 전환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경매는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에게는 ‘넘사벽’의 시장이지만 준비된 자에게는 돈을 낚아챌 기회의 장이다.

밀턴 프리드먼은 ‘공짜 점심은 없다’고 했다. 누군가 공짜 점심을 주더라도 그동안 시간, 체력 등 기회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선택과 마주한다. 자원과 시간이 한정된 상황에서 경제 이치를 고려해야 한다. 투자심리가 냉각된 이 시기, 부동산 경매를 공부하는 것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흔들리는 심리 속 흔들리지 않는 기회를 낚아채는 좋은 기술을 습득하는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김창수 < 부동산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