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오래전부터 두 개의 세상이 있다.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실제 세상이 하나 있고, 휴대폰 속에서 울고 웃고 하는 가상의 모바일 세상이 하나 더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은 기호가 아니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외부 활동 및 사람들과의 만남이 어려워 이런 본능을 충족하기 힘들어지면서 휴대폰과 어울리는 시간이 크게 늘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카카오톡의 메시지 전송량은 전 분기 대비 19%,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고, 그룹콜은 전 분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카카오톡은 매일 3000만 명 이상이 사용하고, 매달 4500만 명이 접속하는 전 국민 소통 플랫폼이었다. 카카오톡은 이런 거대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커머스, 결제, 금융(은행, 투자, 보험 등), 택시, 대리운전, 게임, 웹툰, 음악 등 메신저 이외에도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마치 20세기에 재벌들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것처럼 카카오는 모바일 시대, 플랫폼 시대에 맞게 강력한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20세기 재벌들이 권력의 도움과 자본의 힘으로 사업을 확장했다면 21세기 카카오는 ‘모바일 세상’의 성장에 맞게 소비자의 니즈를 잘 읽어가며 필요한 비즈니스를 하나둘 확장했다.
카카오톡은 12억 명이 쓰는 중국 위챗의 사업모델이 됐고, 일본 동남아시아 등에서 1억6000만 명이 사용하는 라인이 닮고 싶어 하는 벤치마크모델이 됐다.
카카오는 코로나19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코로나19가 카카오의 언택트 사업을 더 빠르게 성장시킬 계기가 되고 있는 모습이다. 카카오는 지난 1분기 실적에서 매출 8684억원(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 영업이익 882억원(219%), 지배순이익 775억원(182%)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돌았다. 카카오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가 가장 극심할 2분기에도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혀 투자자를 안도하게 했다.
이런 카카오의 놀라운 힘은 카카오에 대한 사람들의 높은 충성심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카카오의 여러 사업부문 중에서 필자가 제일 걱정했던 부문은 음악사업(멜론)이었다. 왜냐하면 얼마 전부터 경쟁사들이 국내 스트리밍 음악시장 선점을 위해 엄청난 가격할인 경쟁을 하면서 시장 1위인 멜론의 점유율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6개월 무료, 6개월간 매월 1000원, 특정 휴대폰 요금제 가입 시 계속 무료 등 경쟁 음악 서비스의 무료 할인 공세는 사실상 멜론을 돈 주고 들을 이유가 하나도 없을 정도였다.
멜론은 이 와중에도 경쟁사처럼 과도한 가격할인 프로모션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멜론 유료가입자는 줄지 않았다. 그 덕분에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1507억원을 기록, 꾸준히 두 자릿수 매출 증가를 이어갔다.
가입자들의 멜론에 대한 높은 애정은 멜론 차트의 공신력, 익숙한 UI(사용자 환경)도 있지만, 2016년 카카오에 인수된 후 카카오와의 시너지가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과 함께 올리고 친구들의 프로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톡뮤직’, 10년 전 내가 즐겨 들었던 노래를 추천해 줄 수 있는 큐레이션 서비스 등은 카카오 플랫폼과 AI 기술을 통해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공짜보다 돈을 내고 들어도 좋을 만한 서비스가 된 것이다.
카카오는 최근 현대자동차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주식시장 참여자들이 현대자동차보다 카카오를 더 높게 평가한 것이다. 2019년 연간 2조8000억원의 순이익을 낸 현대자동차보다 지난해 196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카카오의 기업가치를 더 높게 보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코로나19로 인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빨리 바뀔 것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 카카오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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