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27일(14:3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호텔롯데가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을 추가로 사들인다. 5년 전 롯데렌탈 인수 당시 자금을 댔던 FI들과 맺었던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이 만료되자 이들로부터 지분을 매입해 경영권을 강화하기로 했다. FI들의 투자금 회수가 시작되면서 롯데그룹이 인수합병(M&A) 실탄을 조달했을 때부터 약속돼 있던 롯데렌탈의 상장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호텔롯데는 27일 FI들이 특수목적법인(SPC)인 트리플에스제이차와 인베스트퍼플제삼차를 통해 보유 중인 롯데렌탈 주식 192만6607주(16.37%)를 1472억원에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다음달 거래가 완료되면 호텔롯데는 롯데렌탈 지분율을 기존 25.67%에서 42.04%로 높이게 된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롯데렌탈에 대한 지배력 강화와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2015년 롯데렌탈(옛 KT렌탈)을 인수할 때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 롯데손해보험 등 주요 계열사들을 통해 이 회사 지분 50%를 사들였다. 나머지 지분 50%는 미래에셋대우와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모집한 FI들이 인수했다. FI들은 당시 일정한 수익률을 보장받는 대신 롯데렌탈 지분 가치 변화에 따른 손익은 호텔롯데가 보전해주는 내용을 담은 TRS 계약을 맺었다. 이들 중 대부분이 TRS 계약이 끝날 때 호텔롯데에 보유 지분을 팔기로 약속했다. 이 같은 계약 조건을 고려하면 또 다른 FI가 추가로 호텔롯데에 보유 지분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FI들이 투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롯데렌탈의 기업공개(IPO) 준비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롯데렌탈 인수를 위해 FI들을 유치할 때 2022년까지 롯데렌탈을 상장시키겠다고 약속했다. FI 중에선 국민연금이 롯데렌탈의 상장과정에서 보유 지분을 처분해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방침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SPC인 ‘그로쓰파트너’를 통해 롯데렌탈 지분 19.61%를 들고 있다. FI 중 가장 지분율이 높다.
롯데렌탈이 꾸준히 몸집을 불린 것을 고려하면 증시에 입성할 때 조 단위 기업가치를 받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호텔롯데가 이번에 사들이기로 한 FI 보유 주식의 가격을 지분 100%로 환산하면 약 8992억원이다. 이미 9000억원에 가까운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롯데그룹에 인수된 2015년 1조2876억원이던 롯데렌탈의 매출은 지난해 2조732억원까지 불어났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942억원에서 1305억원으로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실물경제를 덮친 올 들어서도 1분기 영업이익(323억원)을 전년 동기 대비 36.3% 늘리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