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채널 열고 대회 주최하고…'게임'에 힘 주는 LG전자

입력 2020-05-27 14:10
수정 2020-05-27 14:12

LG전자가 '게임'에 힘을 주고 있다. PC 모니터와 TV 사업 전개에서 게임을 중요한 축으로 삼고 독특한 마케팅을 펼쳐 주목된다. 어느새 주류 제품으로 성장한 게이밍 PC 모니터 등에서 업계 1위 삼성전자를 추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전사 차원에서 국가별 e스포츠 및 게임 전용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채널 'LG 게이밍'을 운영 중이다. 최근 영국 등으로 채널 저변을 넓혔다. 게임산업과 직접 연관성이 없는 제조업체가 이같은 채널을 만들어 소비자와 게임을 소재로 소통하는 건 이례적이다.

LG전자는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등에선 LG 올레드 TV를 '게이밍 TV'로 소개하면서 2018년부터 게임 대회를 주최하고 있다. 콘솔용 축구게임 '위닝일레븐' 등을 종목으로 채택했다. 현지에서 열리는 e스포츠 대회 중 우승상금이 가장 큰 대회다. 시즌6까지 진행하며 1000여명이 참가했을 만큼 호응을 얻었다.

LG전자는 최근 20년 역사의 e스포츠팀 '이블 지니어스(EG)'와 스폰서십을 체결하는 등 게임 관련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곧 트위치에서만 490만 팔로워를 보유한 세계적 스트리머 'TimTheTatman'를 통해 게이밍 노트북·모니터 'LG 울트라기어'를 알릴 예정이다.

국내 게이밍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LG전자는 지난 3월 잠실 롯데월드 지하 1층에 조성된 e스포츠 경기장 '핫식스 아프리카TV 콜로세움'에 LG 울트라기어 게이밍 모니터 100여 대를 공급했다. 아프리카TV가 주최하고 생중계하는 이 대회의 공식 스폰서로 참여하면서다.

LG전자가 게임을 중요한 축으로 삼는 이유는 최근 몇 년새 게이밍 PC가 '틈새 품목'에서 주류 제품으로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글로벌 게이밍 모니터 시장은 올해 약 4조4300억원(36억달러) 규모에서 2023년 약 5조5400억원(45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 모니터 시장 규모가 지속 하락하는 것과 확연히 대비되는 흐름이다.

게이밍 PC 시장의 성장세는 고사양 PC 게임들이 큰 인기를 끈 덕분이다. 고사양 게임을 제대로 즐기려면 수준 높은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는 게이밍 PC가 필요하다.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를 지정했던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 취지로 게임 이용을 장려하는 등 게임에 대한 인식 변화도 긍정적 대목이다.

게이밍 PC 모니터는 게임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고급 성능을 갖춰 사무용, 애니메이션 작업, 디자인, 동영상 작업, 편집, 설계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고사양 부품이 들어가 단가가 높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키울 수 있어 LG전자·삼성전자 등이 최근 몇 년새 눈독을 들이는 시장이기도 하다.

LG전자는 LG 울트라기어와 올레드 TV가 게임 구동에 뛰어나다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 올 3월 출시된 LG 울트라기어 게이밍 모니터 신제품은 게이밍 모니터의 필수 그래픽 호환 기능인 엔비디아 '지싱크 호환'과 AMD '프리싱크 프리미엄'을 모두 갖췄다. 고사양 게임 구동시 버벅거리는 현상을 확연히 줄여 찰나에 승패가 갈리는 1인칭 슈팅(FPS) 게임에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또 1ms(미리세컨드 1000분의 1초) 응답속도를 지원해 잔상 효과를 줄였고 240Hz 고주사율을 지원해 화면 묘사를 부드럽게 했다. 주사율이 높을수록 순발력 있는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 밝은 부분과 명암비를 높여줘 풍부한 색상을 표현하는 'HDR 10' 기능도 눈에 띈다.

LG 올레드 TV 신제품은 엔비디아 지싱크 호환과 AMD '라데온 프리싱크'를 유일하게 함께 지원하는 TV다. 외부 기기 그래픽카드와 TV 화면 주사율을 일치시켜 콘솔게임 구동에 뛰어나다. 다양한 HDR 기능과 올레드가 제공하는 섬세한 화질도 장점으로 꼽힌다. 화면 응답속도가 액정표시장치(LCD)보다 크게 단축돼 색상·명암 변화가 빠르고 정확하다고 회사 측은 소개했다.


현재 게이밍 모니터 시장 선두는 삼성전자가 차지하고 있다. IDC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게이밍 모니터 시장은 글로벌 시장(금액 기준)의 경우 삼성전자가 17.2%로 1위, 델이 13.8%로 2위를 차지했다. 국내의 경우 삼성전자 34.9%, LG전자 25.7%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2016년 게이밍 PC 전문 브랜드 '오디세이'를 론칭해 이후 제품 라인업을 통일해 확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초 해외에 먼저 출시했던 오디세이 신제품인 G9(49형)와 G7(32·27형)을 다음달 국내에도 출시해 선두 자리를 수성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TV와 달리 게이밍 모니터에 커브드(휘어진) 패널을 중요 포인트로 삼았다. QLED(퀀텀닷 LCD) 패널을 장착한 신제품엔 세계 최고 수준인 1000R 곡률이 적용됐다. 때문에 신제품은 언뜻 보면 과한 느낌을 줄 정도로 휘어져 있지만, 게임시 일반 모니터보다 집중력과 몰입도를 높여줘 삼성만의 차별화된 장점으로 어필했다.

게이밍 모니터는 대부분 일반 모니터보다 가까운 위치에서 본다. 멀리 떨어져서 화면을 보면 게임 정보를 빠르게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디세이의 크게 구부린 화면은 중앙부터 최외곽 화면까지 균일한 시청을 돕는다. 밝기, 명암비, 색 좌표 등을 일정하게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엔비디아 지싱크 호환은 물론이고 1ms 화면 응답속도와 240Hz 고주사율을 갖췄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