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10루타株' 직접 발굴…美 장난감社 해즈브로 4억弗 담아

입력 2020-05-26 17:29
수정 2020-10-09 16:07

국내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미국의 대표적 성장주(株)로 꼽히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주식을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어치 넘게 사들였다. 역대 최고치다. 미국 최대 장난감업체 해즈브로와 일본 게임·완구업체 반다이남코 등 국내 투자자에게 낯선 종목도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올랐다. 현재까지 개미들의 해외 주식 투자는 우량한 성장주, 직접 발굴한 유망 종목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선물 거래가 급증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애플 직구 15배 폭증

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올 들어 애플 주식 4억3415만달러어치를 사들였다. 지난 한 해 순매수 금액(2854만달러)의 15배에 이른다. 해외 주식 순매수 순위도 작년 35위에서 올해 1위로 껑충 뛰었다. 개미들은 애플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3억2412만달러·3위) 알파벳(3억619만달러·4위)을 포함해 미국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에 총 10억달러가 넘는 자금을 올해 쏟아부었다. 애플은 코로나 폭락장(3월 19일 기준) 이후 30.3% 수익을 냈다.

해외 직구족은 올해 낯익은 우량주를 사들였다. 개미들이 사들인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9개가 개별종목으로 채워졌다. 지난해 10위권엔 마이크로소프트, 월트디즈니, 스펙트럼제약, 베트남석유공사(페트로리맥스) 등 4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6개는 ETF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미지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해외 주식에 개미들이 직접 뛰어들면서 해즈브로, 테슬라, 쇼와덴코, 반다이남코 등이 새로운 투자종목으로 떠올랐다. 업계 선두지만 개미들이 그동안 직접 접근하지 않았던 종목들이다.

개미들은 미국 장난감업체 1위 해즈브로 주식을 올해 4억달러어치 매수했다. 이 회사는 올해 누적 순위 2위, 이달에는 1위로 올라섰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장난감업체가 혜택을 볼 것이란 분석에 기초한 투자였다. 반다이남코(8519만달러·13위) 코나미(4917만달러·25위) 등 일본 게임·완구업체도 쇼핑 리스트에 올랐다.

이 밖에 워런 버핏도 손절했다는 항공주 델타항공(1억4907만달러·6위) 보잉(1억3457만달러·8위)까지 서슴없이 바구니에 담았다. 망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으로 장기 투자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최근 투자자들은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투자 패턴을 바꾸고 있다. 이달 들어 ETF 매수를 늘렸다. 뱅가드 단기회사채 ETF(4위), 아이셰어즈 아이박스 미국달러표시 투자등급회사채 ETF(7위), 프로셰어즈 트러스트 숏 S&P500 ETF(8위) 등 단기회사채 ETF들이 10위권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 코로나19로 단기회사채 가격이 폭락하자 미국 중앙은행(Fed)이 회사채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존재감 커지는 FANGMAN

개미들이 투자한 상위 50개 종목 가운데 42개가 미국 주식이다. 미국 주식에 몰리는 이유는 높은 성장성과 안정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나스닥지수에서 FANGMAN(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비디아)이 차지하고 있는 시가총액 비중은 계속 커지고 있다. 7개 대표 성장주 비중은 2016년 28%에서 현재 42%까지 상승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FANGMAN의 시가총액은 연초 대비 15% 증가한 반면 7개 기업을 제외한 나스닥 시가총액은 오히려 3%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꾸준히 오른 미국 증시에 대한 신뢰도 깔려 있다. 1990년 이후 코스피지수가 약 120% 상승하는 동안 미국 S&P500지수는 740%나 올랐다.

배당성향도 높다. 벌어들인 이익(순이익)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출(배당+자사주매입)한 비중을 나타내는 총주주환원비율을 보면, S&P500 기업들은 지난 10년 평균 103%를 주주에게 돌려줬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기업들의 환원비율은 28%에 그쳤다. 정나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존슨앤드존슨과 같이 50년 이상 배당을 늘려온 배당킹(dividend king) 기업만 30곳에 달한다”고 말했다.

‘고평가 논란’이 있지만 미국 정부가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늘리고, 자국으로 생산기지를 돌아오게 하는 리쇼어링을 독려하고 있어 향후 미국 증시는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박재원/한경제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