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정부, 루프트한자 지분 20% 인수…결국 국유화?

입력 2020-05-26 18:01
수정 2020-08-24 00:02

세계 각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생사의 기로’에 놓인 항공사를 구하기 위해 긴급 수혈에 나서고 있다. 독일 정부는 루프트한자에 90억유로(약 12조1409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회사 지분 20%를 취득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독일 정부가 기업에 지원한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이다.

독일 경제부와 루프트한자는 이 같은 내용의 구제금융안에 최종 합의했다고 지난 25일 발표했다. 국책은행인 독일개발은행(KfW)이 루프트한자에 30억유로(약 4조496억원)를 대출해 주고, 재무부 관리감독을 받고 있는 연방경제안정화기금(WSF)도 57억유로(약 7조6892억원)를 대출한다. WSF는 그 대신 루프트한자의 지분 20%를 3억유로(약 4046억원)에 인수한다. 독일 정부가 루프트한자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독일 정부는 루프트한자 감사위원회에 WSF 추천 인사 두 명을 두되 의결권을 행사하진 않겠다고 약속했다. 경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보유 지분도 루프트한자의 대출 상환을 전제로 2023년 12월 31일까지 전량 매각하기로 했다. 다만 루프트한자가 WSF에 이자를 내지 못하면 WSF는 5%의 지분을 추가로 요구할 권리를 갖는다.

이번 합의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독일 정부와 루프트한자는 구제금융 대가로 △배당 중단 △임원 보너스 중단 △직원 월급 삭감 등에도 합의했다. 루프트한자는 벨기에 국적 브뤼셀항공과 오스트리아항공, 스위스항공도 소유하고 있다. 루프트한자는 지난달 스위스 정부로부터 14억유로(약 1조8885억원) 상당의 대출 지원에 합의했다. 벨기에와 오스트리아 정부와도 자금 지원을 협상 중이다.

금융 지원을 넘어 아예 항공사 국유화에 나선 국가도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국적 항공사인 알이탈리아에 35억유로(약 4조7198억원)를 투입하는 동시에 국유화를 추진 중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려온 이 항공사는 코로나19 여파로 파산 위기에 몰렸다. 포르투갈 정부도 항공사 TAP포르투갈의 국영화를 검토하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부 국가가 항공사 파산에 따른 대량 실직 사태를 막기 위해 국유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며 “국유화는 항공사의 경쟁력과 서비스 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알이탈리아의 국유화를 선언했는데도 브라질 대기업인 시너지그룹 창업자 헤르만 에프로모비치, 미국 항공 서비스 기업 US에어로스페이스파트너스 등이 알이탈리아에 대한 인수 의사를 밝힌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오히려 국영 항공사인 우즈베키스탄항공 경영을 외국 기업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상용/런던=강경민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