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 대신 아령' 드는 2030, 단백질 푸드에 빠졌다

입력 2020-05-26 17:15
수정 2020-05-27 00:38
요플레는 1983년 국내 최초로 출시된 떠먹는 요거트다. 빙그레는 지난달 단백질 성분을 8% 이상 넣은 고함량 ‘마시는 요플레 프로틴’을 내놨다. 한 병당 30대 여성의 일일 단백질 필요량(40g)의 45%인 18g의 단백질을 담고 있다. 1개월 만에 50만 개가 팔리면서 효자 상품이 됐다. 빙그레는 최근 ‘떠먹는 요플레 프로틴’도 출시했다.

‘단백질’이 올 상반기 식품업계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맥주잔 대신 아령을 드는 세대가 소비의 큰 축이 되는 ‘덤벨 경제’가 2~3년 새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와 발을 맞추고 있다. 근육을 키우는 남성들이 주로 먹던 단백질 보충제가 이제 마시는 음료와 시리얼바, 요거트와 카페에서 파는 음료에도 들어가고 있다. 2017년 13조원이던 세계 단백질 식품 시장 규모는 2025년 32조원으로 연평균 12%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업계 “2080 근육 책임진다”

국내 단백질 보충제 시장 규모는 700억원 전후로 추산된다. 주로 수입 단백질 파우더 위주였던 이 시장에 지난해 매일유업, 오리온 등이 진출하며 본격적인 성장세를 타기 시작했다. 단백질 주성분은 우유에서 뽑아낸 유청 단백질이다. 우유와 발효유 업계가 먼저 나서고 있는 이유다.

매일유업은 2018년 ‘셀렉스’ 브랜드로 △성인용 분유 △단백질 바 △바로 마시는 단백질 음료 등을 내놨다. 셀렉스는 지금까지 400억원어치 이상 팔리며 시장을 선도했다. 남양유업은 홍삼 성분을 넣은 ‘하루근력’을, 일동후디스는 ‘하이뮨 프로틴밸런스’ 등을 출시했다. 발효유 기업인 한국야쿠르트는 기존 제품인 하루야채에 단백질을 넣은 ‘하루야채 프로틴밀’을 내놓기도 했다. 유업체 푸르밀은 지난 2월 ‘칼로바이’ 제품으로 유명한 에이플네이처와 ‘100세 시대 국민 건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단백질 유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매일유업은 셀렉스 등 고수익성 제품의 매출 증가로 조제분유의 3~5% 매출 감소를 지속적으로 상쇄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맛있게 만들기 경쟁

기존 단백질 보충제는 효능을 중시했다. 대용량 파우더를 직접 물이나 우유에 타 먹어야 해 불편했다. 식품회사들은 여기에 맛과 편의성을 더했다. 오리온은 ‘단백질바’를 만들어 휴대하기 쉽고 언제 어디서나 먹을 수 있게 했다. 헬스장 등에서 인기를 모으며 1년여 만에 1500만 개, 170억원어치가 팔렸다. 농심켈로그와 동서식품은 시리얼 제품에 단백질을 넣거나 바 형태로 만들어 바쁜 직장인들이 주로 찾는다.

연구개발(R&D)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성분도 강화됐다. 대상웰라이프는 세계 1위 유제품 기업 폰테라와 기술제휴해 뉴질랜드 ‘자연방목’ 인증을 받은 100% 유청단백질을 내놨다. 고함량 단백질과 18종의 아미노산을 담아 식단으로 보충하기 어려운 영양소를 바로 마실 수 있게 했다. 매일유업은 건강한 노년을 위한 제품 개발을 위해 2018년 식품업계 최초로 매일사코페니아연구소를 세우고 경희대 의대, 아주대병원 등과 근감소증 예방 연구를 했다. 2년간 품질 업그레이드를 통해 정부로부터 건강기능식품 인증을 받았다. 남양유업도 한국통합의학회와 함께 제품을 개발 중이다.

단백질 제품은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나왔지만 체중 관리를 하는 20~30대 연령층에서 더 인기다. 매일유업은 식이섬유를 포함한 ‘셀렉스 슬림25’를 내놓고 다이어트 시장을 본격 겨냥하고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무리하게 굶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건강한 다이어트를 지향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믿을 수 있는 브랜드의 안전한 단백질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