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채열 산업은행 사외이사의 임기가 1년 더 늘어나면서 4년째 일하게 됐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보다도 빨리 이사진에 합류했고 더 늦게 퇴진하게 될 가능성도 있어 산은 이사회의 ‘터줏대감’으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에게 양채열 사외이사의 임기를 1년 연장해달라고 제청해 뜻을 이뤘다. 산업은행법에서는 이사의 임면을 산업은행 회장의 제청으로 금융위가 결정하게 한다. 임원의 임기는 3년 이내에서 정관으로 정해진다. 정관은 사외이사에 대해서만 기본 2년에 해마다 한번씩 임기를 늘려 최대 5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 이사회가 양채열 사외이사의 임기만료를 불과 일주일을 남겨두고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에게 재가를 받으려 했다”며 “이동걸 회장이 새로운 인물을 천거했다면 검증시간 부족 시비를 부를 수도 있었지만 연임을 결정하면서 무난하게 넘어갔다”고 말했다.
양 사외이사는 전남대 경영학과 교수로 광주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인디애나대 경영학석사(MBA)와 노스웨스턴대 경영학 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2년 전에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을 자문할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사외이사로서 새로운 임기는 25일부터 시작됐다.
양 사외이사는 이번 임기 연장으로 이동걸 회장보다 더 오래 이사진에 남을 가능성도 커졌다. 그는 2017년 5월에 임명돼 산업은행의 현재 이사진 가운데 가장 먼저 자리를 잡았다. 이동걸 회장은 2017년 9월에 선임됐다. 이 회장의 임기는 오는 9월 10일에 끝난다. 물론 이 회장의 연임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산업은행에서 사외이사가 4년간 일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2015년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가 통합된 이후 16명의 사외이사가 임명됐으며 이 가운데 양 사외이사를 포함해 신희택 정혜영 등 3명만 4년의 임기를 보냈다.
금융권에서는 양 사외이사의 교체 가능성이 흘러나왔지만 유임 결정이 나면서 산업은행 사외이사진의 변화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산업은행 사외이사 5명은 올해초 시점에서 봤을 때 올해 모두 임기만료를 맞았다. 김정식 김남준 이윤 사외이사의 경우는 오는 6~7월에 2년의 임기를 채운다.
지난 3월 최방길 전 사외이사가 2년의 임기를 끝내고 물러나면서 이사진에 큰 폭의 변화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컸다. 산업은행 사외이사는 2년 임기에 1년을 더해 3년간 일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변수로 ‘비상 상황’을 수습할 인사가 동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산 268조원의 산업은행은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20조원 상당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 40조원짜리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도 맡았다. 한국은행과 협조로 20조원 규모로 저신용등급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인수 작업도 진행해야 한다. 저신용등급 회사채 등 인수는 일단 10조 규모로 시작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산중공업 등에 대한 금융지원은 별도로 이뤄진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