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車 목숨줄 달린 '개소세 감면'…폐지냐 연장이냐

입력 2020-05-26 13:02
"이제는 폐지하고 세금 다 걷어야"
vs
"지금 폐지하면 줄도산 벌어진다"
내달 종료를 앞둔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을 두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증세를 추진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예정대로 일몰을 해야 하지만, 이는 국내 자동차 업계의 마지막 구명줄을 정부가 앞장서 잘라내는 꼴이 되는 탓이다.

26일 정부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내달 초 정부가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다만 일몰과 연장, 절충안 등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코로나19 파급영향 최소화와 조기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3월부터 6월까지 승용차를 구매하는 경우 5%인 개소세율을 70% 인하해 1.5%(100만원 한도)로 적용하기로 했다. 승용차를 구매하고 6월 말까지 수령하는 경우 최대 143만원의 세금이 절감되는 효과를 냈다.

◆ 개소세 인하안, 국내 자동차 산업 목숨줄

개소세를 인하한 정부의 조치는 즉각적인 효과를 냈다. 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 침체를 겪고 있으며,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은 올해 자동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20% 위축을 전망했다.


대부분 국가에서 자동차 판매량이 수직 낙하했지만, 개소세를 인하한 한국은 예외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3월 내수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0.1% 증가했고 4월에도 8% 늘어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이달 15일까지 내수 판매는 30%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5월 증가율은 최종 2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해외의 경우 현지 자동차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가 하면 딜러사 영업마저 금지당하는 등 생산·판매 모두 큰 타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쌍용차, 한국지엠(GM), 르노삼성 등 국내 완성차 5사의 4월 해외 판매는 전년 동월과 비교해 62.6% 급감했다. 국내외 해외를 합한 전체 판매도 48.4% 감소로 나타났다.

해외 판매가 사실상 끊긴 상황에서 건재한 내수 시장은 자연스레 국내 자동차 업계의 구명줄이 됐다. 완성차 5사는 물론, 해외 완성차 제조사들의 공장이 멈추며 부품을 공급하지 못하게 된 국내 부품 협력업체들도 내수 시장에 집중했다.

다만 전체 판매량은 줄었기에 한국 자동차 산업의 근간인 부품 협력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해졌다. 대형 타이어 업체들은 공장을 세우고 임금을 깎으며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중소기업 위주인 2차·3차 협력업체들의 경우 내수 판매가 줄어들면 줄도산이 예상된다. 지난달 말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이를 근거로 정부에 개소세 감면 연장 조치와 함께 취득세 감면을 요청하기도 했다.



◆ 연장 권한은 다음 국회에…세수 부족 부담

업계는 세제 혜택을 늘려 내수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부가 이에 따르기는 쉽지 않다. 우선 당장 연장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개소세 70% 인하를 연장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는 지난 25일로 끝났다. 21대 국회가 체제를 정비하고 법안들을 처리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추진하더라도 3분기는 공백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동차를 계약하고 수령하기까지 통상 1~2개월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중간 공백이 발생할 경우 제대로 된 내수부양 효과를 보기 어렵다. 인기 차량의 경우 출고대기 기간이 6개월을 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부가 증세를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도 감세 연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이 당면한 경제위기의 치료제"라며 적극적인 재정 투입을 강조했다. 올 들어 1·2·3차 추경을 단행하면 지난해 37.2%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40%대 중반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기재부는 2016년 국가채무 비율 한도를 45%로 제한하는 재정건전화법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유연한 재정 운용도 중요하지만, 재정건전성을 급속도로 악화시켜 미래세대에게 현 세대의 부담을 떠넘기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이 반영됐다. 국가채무 비율을 높이지 않으면서 재정을 늘리려면 증세가 불가피하다.

정부는 3월부터 6월까지 개소세율 인하로 발생한 세수 감소를 약 4700억원 규모로 내다봤다. 개소세율 인하를 연말까지 연장하고 공백 기간에 소급 적용까지 한다면 세수 감소는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3차 추가경정안에서 세수부족분을 메우는 세입경정이 1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에서 조 단위 감세를 단행하기는 큰 부담이 따른다.



◆ 인하 종료, 사실상 내수 사형선고…대안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개소세 인하를 일몰하자니 후폭풍이 매우 클 전망이다. 이전부터 정부가 개소세 인하를 일몰하면 내수시장 판매량이 급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6년 1월 정부가 개소세 인하를 일몰시키자 국내 완성차 5사 판매실적은 전월 대비 39.3% 폭락했다. 깜짝 놀란 정부가 개소세 인하를 일시 연장했지만, 재차 일몰했던 그해 7월 판매량은 다시 24.8% 줄었다.

지난해 12월 개소세 인하가 일몰되면서 올해 1·2월도 내수 판매량이 전월 대비 각각 15.2%·18.0%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차와 기아차, 쌍용차, 르노삼성이 일제히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개소세 일몰로 인한 판매 감소는 불가피하지만, 수출이 사실상 끊긴 상황에서 내수 시장 판매량이 20~30%대 감소할 경우 일부 완성차 업체는 물론, 중소 부품 협력업체들의 도산이 우려된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신음하던 자동차 기업에 칼을 꽂았다는 비난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안은 남아있다. 일각에서는 현재보다 인하율을 하향해 개소세 인하를 재연장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개소세 70% 인하는 법 개정을 통해야 하지만, 30% 인하(5→3.5%)는 시행령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70% 인하에 비해 세수 감소도 적고 완성차 업계에 줄 충격도 대폭 덜어낼 수 있다. 다만 정부가 개소세 인하 재연장 등을 통해 자동차 산업 부양에 나서더라도 업계가 요구하는 취등록세 인하는 수용이 어려울 전망이다. 기재부는 국비 지원방식으로 취득세 일부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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