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정의연 적폐 표면화된 것"

입력 2020-05-26 11:16
수정 2020-05-26 11:18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의 기자회견을 일본 언론들이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일부 일본 언론들은 이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이 열린 25일 회견 장소에 취재진을 급파했다.

이 할머니는 25일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의연이 위안부 할머니들 팔아먹었다"면서 "윤미향(더불어민주당 당선인·전 정의연 이사장)은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총선에 출마했다"고 비판했다.

이 할머니는 윤 당선인이 자신을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구한 것에 대해서는 "이용해 먹고 뻔뻔스럽게 눈물 흘리나. 그건 가짜 눈물"이라며 "용서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 내내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 할머니는 목이 메여 기자회견이 중간에 중단되기도 했다. 이 할머니와 윤 당선인은 30년간 위안부 진상규명 활동을 함께 해온 사이다.

이 할머니는 또 그간 언론보도를 통해 정의연의 부실회계와 윤 당선인의 자금 유용 의혹 등이 제기된 점을 염두에 둔 듯, "죄를 지었다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아사히신문은 대구발 기사에서 "정의연의 2019년 총수입은 약 13억6000만원으로 개인·기업의 기부금 약 7억6000만원 외에 한국 정부·서울시 등으로부터 5억4000만원 가까이 보조금을 받았다"면서 "그러나 지출 총액 중 위안부 피해자 지원 사업은 37%였다"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특히 이 할머니가 이날 회견에서 "(정대협 측에) '내가 왜 성노예냐. 그 더러운 성노예 소리를 왜 하느냐'고 하니 '미국이 들으라고, 미국 사람이 겁내라고'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고 밝힌 사실도 전했다. 그러면서 "위안부를 '성노예'라고 주장하면서 옛 일본군에 의한 피해를 부각시키는 정의연의 운동방식에 대한 분노를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극우 성향 산케이신문은 구로다 가쓰히로 서울 주재 객원논설위원의 온라인판 기명 칼럼에서 정의연을 "한국 최강의 반일조직"이라고 지칭하면서 "이번 사태는 피해 당사자를 제쳐놓고 반일에 열을 올려온 단체(정의연)의 '적폐'가 표면화된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구로다 위원은 "(정의연에 관한) 일련의 의혹은 그들의 '정의'가 거짓이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성역'은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적기도 했다.

지지통신은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 검찰이 정의연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점을 들어 "앞으로 집권 여당이 윤 당선자의 국회의원 취임을 용인할지가 초점"이라고 짚었다.

마이니치신문은 "(한국의) 보수 야당 미래통합당은 25일 정의연 부실 운영에 관한 조사팀을 발족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위안부 피해자 인권운동의 역사를 훼손해선 안 된다'며 윤 당선자를 옹호하면서 검찰 당국의 수사방향을 지켜보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