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대위 출범도 안했는데…중진들 '태클'

입력 2020-05-25 17:47
수정 2020-05-26 01:23

미래통합당이 27일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를 차례로 열고 새 지도 체제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 추인을 시도한다. 일부 당권 주자가 ‘자강론’을 내세우며 여전히 반발하고 있어 김종인 비대위 출범에 막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경태 통합당 최고위원은 25일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김종인 비대위 구성에 대해 “당이 외부에 의존하는 게 버릇처럼 됐다”고 비판했다. 당권 도전 의사를 내비쳤던 조 최고위원은 “김종인 비대위는 아직 확정된 게 아니다”며 “전국위에서 당원들의 의사를 묻는 절차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통합당 지도부는 지난달 말 상임전국위·전국위를 열고 김종인 비대위를 출범시키려 했으나 조 최고위원을 비롯한 일부 중진의 반대로 무산됐다. 조 최고위원은 “당헌대로 8월에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며 “그때까진 대표 직무대행을 두든지, 한시적으로 비대위를 꾸리면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일부 당 중진을 향해선 “당 쇄신의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며 “아주 유약하고 비겁한 모습”이라고 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현 통합당)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 내정자를 겨냥해 “자신도 상처를 입을 각오를 하고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권·대권 주자들이 김종인 비대위가 출범하기도 전에 김 내정자 힘 빼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장제원 통합당 의원은 지난 23일 “당 지도부가 ‘우리는 스스로 혁신할 자격도 없습니다’라는 변명으로 또다시 80대 ‘정치 기술자’ 뒤에 숨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세대교체, 과거와의 단절을 외친 지 얼마 안 돼 그것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에게 내년 4월 재보궐선거와 차기 대선(2022년)까지 몽땅 외주를 준 꼴”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김종인 비대위 출범에 찬성해온 이준석 통합당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자강론을 앞세우려면 국민이 들었을 때 ‘그 사람 정도면 할 수 있어’ 하는 이름이 나와야 하는데, 아무도 그 이름은 이야기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지금으로선 김 내정자를 대체할 만한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당내 반발로 김 내정자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눈에 띄는 대선 주자가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당내 역학 관계를 잘 이용하면 리더십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우에 따라선 비대위 활동 기한(내년 4월 예정)이 2022년 3월 대선 전까지로 연장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