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중독'에…일터 복귀 않는 美 근로자들

입력 2020-05-25 17:31
수정 2020-08-24 00:02

미국 뉴저지주(州)에 사는 한국계 미국인 김모씨는 지난 3월 실직한 뒤 주정부 실업급여 주당 680달러에 연방정부가 주는 실업보너스 주당 600달러를 더해 한 주에 1280달러를 받는다. 실직 전 소득과 큰 차이가 없다. 김씨는 “주당 실업보너스 600달러 덕분에 저소득자들은 직장을 다닐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 경우도 꽤 있다”며 “저소득층 근로자 상당수는 일부러 고용주에게 해고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미 의회가 지난 3월 27일 통과시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경기 부양법에서 2500억달러(약 310조원)를 투입해 실업혜택을 대폭 확대한 탓이다. 이 법은 각 주가 실업자에게 26주간 지급하는 실업급여 기간을 39주(약 10개월)로 확대하고, 연방정부가 추가로 실업보너스(주당 600달러)를 오는 7월 말까지 주는 내용이 들어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실업급여 수준은 주별, 실업자 소득별로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주당 371.88달러(2019년 말 기준)다. 여기에 600달러를 더 받게 된 것. 이렇게 되면 작년 4분기 미 가계소득의 중간값인 936달러보다 더 많아진다.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 연구에 따르면 연봉 6만2000달러 이하인 미국인은 이번에 실업급여를 받는 게 더 많은 소득을 누릴 수 있다. 드류 곤솔로우스키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600달러 실업보너스는 실업에 인센티브를 준 것”이라며 “실업혜택은 아무리 많아도 기존 소득의 100% 이하로 제한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난 9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기록적인 3860만 건에 달한 데도 이런 과다한 실업혜택이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실업급여 신청자는 1000만 명을 넘지 않았다. 헤리티지재단은 600달러 실업보너스로 인해 약 1390만 명의 추가 실업과 국내총생산(GDP) 손실 1조4900억달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과다한 실업혜택은 경제 재가동의 변수로까지 등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주정부가 경제활동 재개를 결정한 뒤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았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일시해고한 직원들에게 돌아오라고 연락해도 복귀하지 않아 공장이나 가게를 운영할 수 없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일해서 받는 돈보다 실업혜택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최근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하원을 통해 또다시 3조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엔 실업보너스 600달러 지급 기간을 오는 7월 말에서 내년 초까지, 또 주별 실업보험 혜택도 39주에서 내년 1월 말까지 연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상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은 반대하고 있다. 대신 대안을 내놨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자리를 만들려면 사람들이 집에 머물도록 장려하기보다 직장으로 돌아가도록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터에 복귀하는 실업자에게 주당 450달러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그중 하나다. 실업급여보다 근로소득(임금+450달러)이 더 많아지게 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연방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 주당 290달러다. 여기에 450달러를 얹어줄 경우 실업급여로 주당 600달러를 받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방안을 추진 중인 롭 포트만 상원의원(공화)은 “근로자들이 일하러 돌아가도 실업 보너스 일부를 받을 수 있어 유리하며, 소기업도 근로자를 구해 문을 닫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업보너스로 나가는 국가 재정도 일부 아낄 수 있다.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