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를 이탈했습니다.”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아 운전하던 중 지하도로, 터널 등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신호가 닿지 않는 곳에 접근했을 때 자주 마주치는 상황이다. 하지만 앞으론 이런 곳에서도 끊기지 않고 내비게이션 안내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서울시, 카카오 등 공공과 민간에서 GPS를 보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내비게이션 기능이 향상되고 있다.
○서울시, SDR 기술로 GPS 보완
서울시와 서울기술연구원은 지난 20일 류지훈 한국뉴욕주립대 교수와 네오스텍 컨소시엄이 제안한 ‘SDR(software defined radio) 기반 GPS 신호생성을 통한 GPS 음영 해소 기술’을 신기술 접수소 집단지성(크라우드소싱) 기술공모의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SDR은 소프트웨어 기반 통신장치를 이용한다. 이 장치는 실제와 동일한 GPS 신호를 발생시켜 지하에 일정 간격(50~100m)으로 설치되면 스마트폰 등에서 GPS 신호를 수신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GPS 신호를 송출하는 ‘미니 위성’과 같은 개념이다.
지하에서도 GPS 신호가 끊기지 않고 스마트폰 및 차량 내비게이션에서도 차량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어 지상부와 동일한 길 안내가 가능하게 된다. 이 기술은 이용자가 어떤 추가적인 장치나 앱 설치 없이 스마트폰 등 기존 장치에서 구동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서울시는 GPS 음영 해소 기술을 오는 6월부터 서울기술연구원, SK텔레콤과 함께 선보인다. 다음달 남산1호터널(1.53㎞)에 GPS 신호 발생 장치를 10개 설치하고 SK텔레콤과 함께 T맵을 활용해 차량위치 추적 정확도 등을 검증하면서 시범운영한다. 연내 T맵 등 민간 내비게이션 등에 서비스를 상용화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기술이 상용화되면 단순 길 안내에 그치지 않고 사고차량 위치 등을 정확히 파악해 신속한 교통사고 대응을 지원할 수 있다”며 “가까운 비상구·출구 안내 등 지하도로 교통안전까지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남산1호터널 서비스 결과를 토대로 내년 서울의 대표 지하도로인 강남순환로 등을 포함해 500m 이상의 전체 지하터널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흥지문, 북악, 정릉 등 총 20개 터널, 약 29.8㎞ 구간에 12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GPS 신호 발생 장치를 설치한다.
○카카오, LTE 신호로 위치 파악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LTE 신호 기반의 실내 위치측정 기술 ‘핀(FIN)’을 카카오내비에 적용했다. 핀은 LTE 신호 지도를 구축한 뒤 사용자의 스마트폰 LTE 신호 패턴을 비교 분석해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는 기술이다.
LTE 신호를 통한 실내 위치측정 기술의 정확도를 내비게이션에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높여 상용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악터널, 봉천터널, 서초터널 등 강남순환로 터널 세 곳에서 핀 기술이 적용된 카카오내비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강남순환로가 전체 구간에서 절반에 가깝게 터널로 돼 있어서 시험 운영하기로 했다”며 “현재까지 문제 없이 잘 구동되고 있으며 다음 단계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앞으로 이 서비스를 전국 모든 터널로 확대할 계획이다.
조수영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