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항 복합리조트로 부산경제 '새 활력'…관광·마이스산업 시너지"

입력 2020-05-25 15:49
수정 2020-05-25 15:51

지역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부산지역 중소기업 다섯 곳 가운데 네 곳이 손해를 봤다. 계약 물량 취소, 수주 기회 축소, 원자재 수급 차질 등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 4월 부산 수출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2%나 감소했다. 2014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글로벌 무역 여건과 기업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각종 규제도 기업 발목을 잡고 있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기업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기업인들은 탄식한다.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24일 부산 경제를 이끄는 허용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을 만나 지역 경제 재도약 방안을 들어봤다.

허 회장은 “부산 경제가 지난 3~4년 허덕이고 있다가 정말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전 세계의 교역이 중단되는 비상상황을 경험하고 있다”며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인의 사기를 북돋아야 하고, 기업 규제도 과감히 완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정부의 성공적인 방역 대응과 의료진의 헌신, 성숙한 국민 의식 덕택에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고,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여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영향을 주고 있는 점도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 회장은 “방역 성공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실물경제가 받은 타격은 매우 커서 글로벌 경제가 코로나19 사태를 벗어나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수출과 물류산업 의존도가 높은 부산 경제의 미래는 더욱 걱정스럽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기업인들은 1분기 수주 절벽으로 상반기보다 하반기를 더 걱정하고 있다”며 “산업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들은 전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허 회장은 “현재의 경제 비상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이례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는 만큼 지역 경제계도 과감하고 신속한 대책을 마련해 그동안 지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던 각종 현안과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부산이 ‘동북아 복합물류중심지’라는 미래 비전을 구체화하고, 관련 사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적기로 만들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부산의 최대 현안은 20년 넘게 부산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검증위원회의 검증과 지역 현안을 전달하기 위해 이낙연 전 총리를 방문한 데 이어 이달에는 새로 부임한 정세균 총리도 찾아 안전하고 24시간 가동하는 가덕도 국제공항이 들어설 수 있도록 정부가 전향적인 결정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허 회장은 “부산은 ‘부산신항’이라는 세계적인 항만을 바탕으로 국내 수출입 물류의 전진기지 역할을 맡아왔고,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신남방·신북방정책의 출발지로서 동북아를 대표하는 복합물류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춘 국내 유일의 도시인점을 살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해외직구와 전자상거래의 급성장은 물류산업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고, 전 세계 많은 물류허브 도시들도 항만과 항공, 육상운송을 복합적으로 연결하고 있는 점을 활용하려면 ‘동남권 관문공항’의 존재는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동남권 관문공항은 글로벌 항공허브로 성장한 인천공항과 경쟁하려는 것이 아니라 비상상황 때 인천공항을 대체하고, 동남권 제조벨트와 물류산업의 연계와 함께 서일본 지역의 물류와 여객까지 국내 시장으로 편입시키는 등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산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동남권 관문공항과 함께 부산형 복합리조트와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꼽았다. 부산의 미래는 ‘동북아 복합물류도시’로 향해 있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핵심 인프라인 동남권 관문공항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관광·마이스산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산 북항에 복합리조트를 건설하고 2030 부산월드엑스포를 개최해 생산유발 49조원, 취업유발 54만 명, 5000만 명의 관람객을 유치하는 파급효과를 올려 새로운 부산 시대를 열어야 살길이 마련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싱가포르는 마리나베이 샌즈를 조성해 관광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고, 일본은 2025년 오사카 월드엑스포에 맞춰 법을 개정해 제한적으로 내국인 카지노 출입을 허용할 정도로 세계적인 복합리조트 운영사 유치에 적극적”이라고 소개했다. 따라서 “외국 대형 투자자들이 북항 복합리조트 투자를 제안하고 있는 만큼 과감히 제도와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일본에 진출하려던 시저스그룹과 샌즈그룹이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투자 철회를 결정함에 따라 부산은 글로벌 복합리조트 운영 기업들의 최고의 투자처로 떠오를 전망”이라며 “부산형 복합리조트가 운영되면 매년 3000억원 이상의 지방세 수입 증가가 예상되고, 청년 일자리와 창업 인프라 조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허 회장은 “현재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 못지않게 미래에 다가올 기회를 미리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회장 취임 이후 기업과 산업 관련 조사연구 기능을 집중적으로 강화했고, 시대가 변하고 있는 흐름을 파악해 새로운 정책대안 마련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상의는 지난해 지역 재제조산업 육성 부문과 블록체인 특구 활성화 관련 전문가 용역 결과를 발표한 결과 부산시 신규 정책사업으로 반영됐다. 올해 전자상거래 급증 등 해운물류산업의 변화에 발맞춰 부산항을 물류센터형 상업항으로 조성하자는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6월 코로나19 이후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에 대응하기 위해 부산과 울산, 경남 메가시티 추진 관련 용역 결과도 준비중이다.

허 회장은 “부산이 해양 파생특화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지 11년이 지나면서 금융공공기관의 인프라가 구축됐다”며 “블록체인과 핀테크 등 4차산업을 육성하고 산업은행 등 대형 국책은행을 끌어와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래 항공 수요 확대에 대비한 항공부품산업과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산업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부산시장의 유고 사태로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 등 부산 경제계와 함께 추진하던 현안 사업들의 동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있었지만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이 시정을 빠르게 안정시키고 있으며, 지역 현안에도 잘 대처하고 있다”며 “부산시, 21대 지역 국회의원과 함께 경제 현안 해결에 힘을 모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