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서 역사 속으로…전자서명 춘추전국시대 온다

입력 2020-05-24 15:12
수정 2020-05-24 15:14

공인인증서 제도가 21년 만에 폐지된다. 1999년 도입된 공인인증서는 온라인에서 신원을 확인하거나 문서의 위·변조를 막기 위해 만들어져 민원서류 발급 같은 전자정부 서비스, 인터넷 금융 등에 활용됐다. 다만 발급이 번거롭고 관련 플러그인 기술인 ‘액티브X’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익스플로러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국회는 지난 20일 본회의를 열고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를 폐지하는 ‘전자서명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오는 11월부터 현재 5개 기관이 발급하는 ‘공인인증서’의 독점 기능이 사라지고 사설 인증서도 기존 공인인증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법안이 통과되면서 공인인증서는 신기술이 적용된 민간 인증서비스에 밀려 사용이 점차 축소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기존 공인인증서 사용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면서도 “사설 인증서비스의 영역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설 인증’ 경쟁 본격화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가 사라지면서 관련 업계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국내 공인인증서 발급 건수는 4108만여 건으로 올해 4200만 건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번 전자서명법 개정으로 사설 인증서는 적절한 보안 수준만 갖추면 공공 및 민간 영역에서 차별 없이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별도의 프로그램 없이 다양한 기기에서 사용이 가능한 만큼 660억원 규모(2018년 기준)의 국내 전자서명 시장을 놓고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별도 프로그램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카카오페이 인증’이 이번 전자서명법 개정안 통과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카카오페이 인증은 2017년 출시 후 가입자 1000만 명을 넘기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국민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사설 인증서 활용이 확대될 발판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전자서명법 개정안을 기대한다”며 “국민들의 편익이 확대돼 국내 인증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운영하는 ‘패스’와 은행권이 선보인 ‘뱅크사인’ 등에 대한 기대도 높다. 패스는 출시 9개월 만에 발급건수 1000만 건을 돌파했고, 뱅크사인은 지난달 말 기준 가입자 30만2000명을 유치했다. 뱅크사인은 한 번 발급으로 여러 은행에서 사용할 수 있어 매달 1만 명이 새롭게 가입하고 있다.

○“별다른 영향 없어” 평가도

공인인증서 폐지로 사설 인증서가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로 관련 종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전자인증 라온시큐어 한국정보인증 아톤 등이 대표적이다.

당장 기존 공인인증서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전자금융 거래 시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에 대한 규정이 2015년 폐지된 만큼, 이번 법 개정에 따른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평가도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이미 많은 사람이 공인인증서를 제외한 사설 인증서를 많이 쓰고 있고, 기존 공인인증서도 계속 사용 가능해 당장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