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코로나19 충격이 완전히 가시기도 전에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이탈한 뒤 다시 회복하기까지 평균 120일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50일가량으로 두 배 이상 빨랐다. 이렇게 단기간 반등이 가능했던 것은 저금리 기조 하에서 주요국의 통화·재정정책 등 부양책으로 유동성이 풍부하게 풀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저금리는 성장주에 더 강한 상승동력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성장주는 높은 실적 기대감을 업고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후 반등장에서도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장주가 가치주에 비해 가파른 반등세를 보인 배경이다. 코로나19 이슈가 아직 소멸되지 않았기 때문에 주가지수는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헬스케어, 인터넷, 필수소비재 등에서 주도주·성장주업종은 실적 개선 및 주가 상승 강도가 사그러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성장주 아웃퍼폼 지속될 것”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보다는 성장주 진영에 유리한 환경으로 개별종목 장세가 연출되고 있다고 본다. 그동안 위기 이후 단순히 낙폭과대 혹은 기관 수급이 ‘빈집 상태’라 강세를 보였던 모습과는 다르다는 평가다. 국내 증시 시총 톱10이 대부분 성장주로 재편된 것도 코로나19로 인한 주도주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실적 부진 속에서도 실적 개선 종목의 희소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실적이 급증하거나 실적 대비 저평가된 종목에 대한 추세적인 상승, 즉 펀더멘털 중심의 개별종목 장세는 8월 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실적이 상향 조정되고 있는 업종은 건설, 건자재, 음식료, 제약·바이오, 통신서비스 등이다. 증권업계의 2분기 실적 추정치가 올라간 종목으로는 뉴트리, LIG넥스원, SK하이닉스, SK네트웍스, CJ제일제당, KT, 노바렉스, GS리테일, 콜마이비앤에이치, LG유플러스, 삼양식품, SBS, NHN, 코스맥스, 농심, 오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카카오 등이 꼽힌다.
또 업종 대비 PER이 크게 낮은 종목으로는 동성화인텍, 삼진제약, 종근당홀딩스, 뉴트리, 노바렉스, 삼양패키징, 파마리서치프로덕트, KG모빌리언스, 씨젠, 현대리바트, 한글과컴퓨터 등이 지목됐다.
신학수 한국경제TV 파트너는 “반등하는 증시에서 성장력이 돋보이는 종목들 위주로 큰 폭의 상승세가 나왔다”며 “고PER주이면서 코로나19 이후 생활변화에 초점을 둔 종목군”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한번 주도주의 위치에 오르면 2년가량은 지위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언택트에서 삼성전자 주변부까지
코로나19로 한국에서 가장 비싼 주식이 된 종목으로는 네이버가 꼽힌다. 강동진 한국경제TV 파트너는 “네이버는 액면가를 5000원으로 했을 때 1000만원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코로나 관련 테마주 중에서도 대장주다운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전자결제 관련주로는 NHN한국사이버결제 등 PG사를 비롯해 공인인증서 폐지 수혜 종목을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신학수 파트너는 언택트 관련 종목에서는 카카오를 추천주로 꼽았다. 신 파트너는 “카카오톡 비즈니스는 코로나19에도 매출 변화가 적었고,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지, 카카오M, 카카오게임즈, 모빌리티 등 주요 자회사의 성장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유동성 테마가 이제는 삼성전자 주변부로 향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강 파트너는 “반도체 QLED, 모바일 관련주가 연일 관심을 받고 있다”며 “티에스이, 한미반도체, 테크윙, 심텍, 실리콘웍스, 인터플렉스, 엠씨넥스 등 장비, 부품, 소재업종이 일제히 상승했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종목 중에서도 중국발 매출이 급증한 와이엠씨를 추천 종목으로 꼽았다.
또 코로나19 사태와 무관하게 전기차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관련주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 제시됐다. 신 파트너는 “LG화학 등 연료전지부문과 삼성전기 등 MLCC 부문, 전장용 반도체 칩셋 등이 전기차 시대에 주목받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칩셋 제조사인 네패스를 눈여겨볼 만하다”고 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