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네타냐후, 부패혐의로 법정행…현직총리로 처음

입력 2020-05-24 22:51
수정 2020-05-24 22:53

이스라엘에서 5선에 성공한 베냐민 네타냐후(70) 총리가 24일(현지시간) 부패 혐의로 법정에 섰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오후 예루살렘 법원에 뇌물수수 등 피고인으로 첫 재판에 출석했다고 예루살렘포스트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현직 총리가 형사 재판을 받는 것은 처음이다. 재판 시작에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이것은 국민의 의지에 반하는 정치적 쿠데타 시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과 경찰이 우파 지도자인 자신을 물러나게 하려고 음모를 꾸몄다고 주장했다.

시민 수백명은 이날 예루살렘의 총리 관저 앞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간 네타냐후 총리는 부패 혐의를 모두 부인해왔다. 그의 변호사들은 법원에 네타냐후 총리의 재판 출석을 면제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이번 재판은 당초 올해 3월 열릴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두 달 연기됐다.

지난해 11월 이스라엘 검찰은 네타냐후 총리를 뇌물수수와 배임, 사기 등 혐의로 기소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아논 밀천 등으로부터 수년간 '돔 페리뇽' 등 고급 샴페인과 '파르타가스' 쿠바산 시가 등 수십만 달러 상당 선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또 현지 최대판매 부수를 자랑하는 일간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 발행인과 막후 거래를 통해 우호적인 기사를 대가로 경쟁지 발행 부수를 줄이려고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으로 수차례 진행될 재판이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운명에 어떻게 작용할 지 주목된다.
네타냐후 총리가 재임 중 실형을 선고받으면 총리직 유지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어서다.

리쿠드당을 이끄는 네타냐후 총리는 총 재임기간이 14년 2개월로 이스라엘 역사상 최장수 총리다.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총리를 지냈고, 2009년 두 번째 총리직에 오른 뒤 10년 넘게 집권하고 있다.

그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분쟁, 이란 핵 문제 등 중동정책에서 강경한 태도를 고수해왔다.

최근 네타냐후 총리는 중도파 지도자 베니 간츠(60) 청백당 대표 등과 새 연립정부를 출범시켰다.

네타냐후 총리가 18개월 동안 총리직을 먼저 맡고, 군 참모총장을 지낸 간츠 대표가 내년 11월 총리직을 이어받기로 한 것이다.

이스라엘에선 연립정부 협상 실패로 1년 새 총선이 3차례나 치러지는 등 혼란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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