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에서 얼마 전 흥미로운 ‘젓가락 실험’이 있었다. 여러 명이 식사하면서 각자 젓가락으로 같은 음식을 집어 먹은 결과, 공용 젓가락을 쓸 때보다 최대 250배의 세균이 음식에서 검출됐다. 젓가락으로 옮은 침은 감염병과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B형간염까지 전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시는 급기야 음식을 더는 용도의 공용 젓가락과 국자 사용을 의무화하는 조례를 내달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중국 식습관은 당나라 때까지만 해도 1인분씩 따로 먹는 분찬제(分餐制)였으나 송나라 이후 북방 유목민의 풍습이 들어와 함께 먹는 공찬제(共餐制)로 바뀌었다. 1000년에 걸친 그 식문화가 코로나 사태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조선시대까지는 소반 중심의 독상(獨床)이 주를 이뤘다. 1900년대 초 명월관의 한정식 상차림이 유행하면서 지금의 공유형 밥상으로 변했다. 그 바람에 감염 우려가 늘 뒤따랐다. 밑반찬이나 찌개에 여러 사람의 수저가 뒤섞이면 교차 감염 위험이 커진다. 최근 이태원 클럽 확진자와 함께 식사한 80대 여성이 코로나에 2차 감염된 바 있다.
의료계가 “국·찌개는 물론이고 마른 반찬까지 조심해야 한다”며 경각심을 일깨운 덕분에 우리 식습관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음식을 덜어 먹을 공용 수저와 집게, 국자, 개인 접시를 주는 식당이 늘고 있다. 뚝배기나 냄비의 찌개를 무심코 자기 숟가락으로 뜨면 금방 눈총을 받는다. 더치페이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1인상 식당’을 찾고 있다.
아직 바뀌지 않은 것도 많다. 고기 구울 때 집게 대신 자기 젓가락으로 뒤집고, 그걸 상대에게 권하는 일이 다반사다. 한 명이 수저를 나눠주거나 물컵을 ‘배급’하는 관습도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메뉴판에 에티켓 문구를 표기하고 반찬 수를 줄여 각자 먹을 만큼 담도록 유도하면 감염 위험뿐 아니라 음식 쓰레기까지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상차림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은 여러 번 있었다. A형 간염이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도 그랬지만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지금이야말로 개인위생의 뉴노멀(새로운 표준)을 정립할 때다. 그 위에서 한국 특유의 한솥밥 문화와 진정한 ‘밥상머리 인정(人情)’을 더욱 멋지게 꽃피울 수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