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주문 6개월치 밀렸다"…미국선 렉서스 위협

입력 2020-05-24 17:21
수정 2020-05-25 11:25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내수 시장 월 1만 대 판매를 달성했다. 2015년 11월 독립 브랜드로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제네시스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와 7년 만에 완전 변경된 대형 세단 G80(사진) 등 신차가 잇따라 성공을 거둔 결과다. 제네시스는 GV80와 G80를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 해외 시장에 출시하며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다.

주문 6개월 밀려…수익성도 좋아

24일 현대차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지난달 국내에서 1만217대를 판매했다. 이전 최대였던 2016년 3월(6859대) 판매 기록을 가뿐히 넘었다. 월 4000~5000대 수준이었던 제네시스 판매량은 GV80(2020년 1월)와 G80(3월) 출시 이후 급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4월 판매 실적(1만217대)은 전달(6208대)보다 3분의 2 가까운 64.6% 증가했다. 1개월 판매량이 올 1분기(1~3월) 판매량(1만2394대)과 맞먹는다.

제네시스는 전면부 그릴 및 헤드램프와 측면·후면램프를 통일감 있게 연결한 ‘2개의 선’ 등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프리미엄 브랜드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디자인으로 수입차 소비자까지 끌어모으고 있다. 깜빡이를 켜면 자동으로 차로 변경이 가능한 ‘고속도로 주행보조 ll(HDA ll)’ 기능과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등 기존에 볼 수 없던 첨단 편의사양을 장착한 점도 높은 인기 비결로 꼽힌다.

출시 첫 달인 올 1월 347대가 판매됐던 GV80는 생산·판매에 탄력이 붙으면서 4월엔 10배 이상 늘어난 4324대가 팔렸다. G80도 3월 617대에서 지난달엔 4416대로 판매량이 껑충 뛰었다. GV80, G80는 누적 계약 대수가 각각 3만 대를 웃돈다. 주문이 밀려 출고 대기 기간만 6개월에 달한다.

대당 가격이 6000만원을 웃도는 SUV와 고급 세단 중심인 제네시스 판매가 증가하면서 현대차 수익성도 한층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GV80, G80 평균 판매 가격은 현대차의 주력 모델인 쏘나타, 그랜저보다 2000만~3000만원 비싸다.

제네시스는 연내 GV80보다 작은 중형 SUV인 GV70 신차와 스포츠 중형 세단 G70 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이며 판매 확대에 나선다. 플래그십 대형 세단 G90를 제외한 G70·G80·GV70·GV80 등 4개 차종이 올해 새단장을 마친다. 신차 효과를 앞세워 11만6000대인 올해 판매 목표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SUV 시장 흥행이 관건

제네시스의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 안착은 고급차 시장 격전지인 미국 시장에 달려 있다. 미국은 픽업트럭을 포함한 SUV 판매 비중이 70%에 달한다. 올 하반기 현지 출시를 앞둔 GV80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초기 반응은 좋은 편이다. GV80 사전 계약 대수는 4개월 만에 1만 대를 넘어섰다. 경쟁 차종인 BMW X5의 올 1분기 판매량(1만638대)과 비슷한 수준이다.

제네시스는 GV80, G80 가격을 벤츠와 BMW 등 경쟁 차종보다 최고 1만달러 가까이 낮게 책정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예고했다. GV80의 시작 가격은 4만8900달러(약 6063만원)부터다. 최고급 모델도 7만2375달러다. 벤츠 GLE450(5만4250~8만2720달러)과 BMW X5(5만8900~7만9695달러)보다 5000~1만달러 저렴하다.

최근 가격을 공개한 G80(4만7700~6만9074달러)도 최고 가격을 7만달러(약 8680만원) 이하로 했다. 경쟁 차종인 BMW 540i(7만6580달러)와 벤츠 E450(7만7090달러)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마크 델 로소 제네시스 북미 담당 최고경영자(CEO)도 이달 초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모티브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GV80는 9400대, G80는 900대 이상의 사전 계약 실적을 기록했다”며 “GV80는 수요가 공급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지 포천도 “노후한 SUV 모델 탓에 일본 렉서스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네시스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며 GV80에 기대를 보였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겸임교수는 “대중차 브랜드 시장은 포화 상태에 접어든 데다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약점이 있다”며 “GV80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면 제네시스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