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이 재점화할 조짐을 보임에 따라 어떤 종목에 투자하면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미·중 분쟁에서 자유로운 미국 기술기업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지난 22일 미국 정부는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제정에 맞서 홍콩에 대한 특별 지위를 박탈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 공방에 이어 홍콩 보안법으로 양국 간 전선(戰線)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악화일로인 미·중 관계가 ‘폭발’할 경우에 대비해 미국 성장주 가운데 중국 생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증시를 이끌고 있는 성장주는 고공행진 중이다. 미국 S&P500 성장주 지수는 지난 3월 말 대비 15% 상승했다. 가치주(5%) 등에 비해 수익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반면 하드웨어 업종과 반도체·장비 업체들의 매력도는 떨어지고 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내 관련 종목들은 최근 중국과의 무역 마찰 중심에 서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업종보다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중국 생산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차별화 전략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인텔의 자국 생산 비중은 52%에 달한다. 나머지 해외 기지에서 생산되는 물량 가운데 24%가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중국 생산 비중도 비슷한 수준이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램리서치 등은 중국 의존도가 제로(0)다.
반면 애플, 퀄컴, 코닝, 암페놀 등은 중국 의존도가 높다. 애플은 해외 생산의 67%, 퀄컴은 87%가 중국에 쏠려 있다. 암페놀 등은 자국 공장을 제외한 나머지 해외 공장이 전부 중국에 있다. 미·중 갈등이 증폭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당장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강도 높은 제재를 예고하자 중국 측은 즉각 애플과 보잉 등 미국 주요 기업에 보복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양국 간 힘겨루기 속에 중국 내에선 SMIC 등 반도체 국산화 관련 기업, 경기부양책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텐센트, 징둥, BYD, 상하이자동차 등 1등주 및 내수 관련주에도 관심이 쏠린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미·중 간 기술 분쟁 격화가 단기적으로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지만 ‘기술 국산화’ 모멘텀은 중장기적으로 중국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