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장애 2급 '30년 노예살이'…70대 가해자 '집유'

입력 2020-05-23 15:21
수정 2020-05-23 15:23

정신지체장애 2급 50대 여성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장애수당을 뺏는 것도 모자라 상습 폭행한 70대 여성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서울 중앙지방법원 형사17 단독(이수정 판사)은 최근 특수상해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횡령 혐의로 기소된 A 씨(70·여)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 씨는 2009년부터 2014년 사이 평소 식모로 부리던 정신지제장애 2급 피해자 B 씨(50·여)의 장애수당과 장애인연급 등 명목의 돈을 매월 20만~30만원씩 보관했다.

2015년 해당 계좌를 해지하는 과정에서 1090만원을 횡령했고, 지난해 6월에는 B 씨가 A 씨의 침대에서 잤다는 이유로 플라스틱 재질의 골프 스윙 연습봉으로 수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A 씨의 만행을 견디지 못한 B 씨가 가출하자, B 씨를 발견한 사람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이 사건 범행이 드러났다.

재판부는 "A 씨는 정신지체장애 2급인 B 씨 명의 통장을 관리하며 장애수당 등 돈을 횡령했고, 단순히 자신의 방에서 잠을 잤다는 이유만으로 상해를 가해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 대한 노동 착취, 인권유린 등의 근절을 위해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A 씨가 보호자가 없던 B 씨를 약 8세 정도 무렵부터 키워오고 보살펴 온 것으로 보이고, 그 기간 동안 어느 정도 경제적·정신적 보살핌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A 씨가 대체로 범행을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B 씨와 합의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