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에 생긴 상처 오래갈 땐 말초동맥질환 의심을

입력 2020-05-22 17:04
수정 2020-05-23 01:45
당뇨병 환자들은 걷거나 뛸 때, 오르막을 오를 때 다리에 심한 통증을 호소하거나 발에 생긴 상처가 잘 낫지 않으면 당뇨발을 의심한다. 당뇨병 합병증 중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진 질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증상은 말초동맥질환 때문에 생긴 것일 가능성이 있다. 전강웅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는 “발이나 발가락이 화끈거리고 발의 피부색이 창백해지면서 푸르스름하게 변하기도 하고 다리가 아니라 엉덩이에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며 “상당수 환자는 말초동맥질환을 척추협착증이나 추간판 탈출증으로 오인한다”고 했다.

말초동맥질환은 말초혈관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 생긴다. 환자의 90% 정도는 하지동맥에 발생한다. 통증 증상이 있는데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다리나 발가락 조직이 죽을 위험이 있다. 심하면 절단해야 하거나 패혈증으로 진행돼 사망하기도 한다.

말초동맥질환은 죽상동맥경화증 때문에 주로 생긴다. 동맥 혈관 안쪽에 콜레스테롤, 칼슘, 섬유조직 등이 섞인 죽상판이 생기는 것이다. 죽상동맥경화증 때문에 혈관의 직경이 절반 이상 좁아지면 서서히 증상이 나타난다. 질환이 서서히 진행되면서 동맥 혈류가 줄어들면 혈액을 보충하기 위해 문제가 생긴 부분 주위에 가는 혈관이 같이 자란다. 주로 복부 대동맥이나 다리로 가는 동맥이 좁아지는 환자가 많다. 말초동맥질환은 고령일수록 유병률이 높다. 고혈압,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 가족 중 말초동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생길 위험이 높다. 비만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말초동맥질환을 선별하기 위해서는 발목동맥과 상완동맥의 혈압을 비교하는 발목 상완 지수검사를 가장 흔하게 활용한다. 상완동맥과 발목동맥의 수축기 혈압을 측정한 뒤 비교해 비율로 표시하는 방식이다. 이 지수가 0.9 미만일 때 말초동맥질환일 가능성이 높다. 0.7 미만이면 말초동맥 폐색을 의심해봐야 한다.

혈관초음파 검사를 통해서도 진단한다. 혈관이 좁아진 부분의 해부학적인 모양을 보고 동맥 속도가 떨어졌는지 등을 관찰해 혈액 질환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도 활용한다. 이를 통해 말초동맥질환의 위치와 중증도를 파악할 수 있다. 문제가 생겼을 것으로 의심되는 혈관에 조영제를 넣어 질환을 파악하는 혈관조영술도 활용된다. CT나 MRI로 진단하기 어렵거나 혈관성형술을 시행할 때 이를 함께 활용하기도 한다.

말초동맥질환이 의심되면 우선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 상태에 따라 원인 질환을 먼저 치료하기도 하고 혈관을 넓혀주는 약물치료, 비침습적 수술법인 혈관성형술 등을 선택해 시행한다. 인조혈관을 이식하는 수술이 필요한 환자도 있다.

혈관성형술은 좁아진 동맥을 넓히거나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방법이다. 우회로를 만들어 혈액 순환도 개선한다. 주삿바늘로 혈관에 길을 내 카테터라는 가는 관을 넣고 풍선이나 스텐트를 삽입해 좁아진 혈관을 부풀리거나 넓힌다. 이런 시술을 할 수 없을 때는 환자의 정맥을 떼거나 인조혈관을 사용해 좁아진 혈관을 우회시키는 수술도 한다.

전 교수는 “말초동맥질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인자를 교정하는 것”이라며 “담배를 끊고 운동을 하는 것은 물론 콜레스테롤, 혈압, 당뇨 등을 관리하는 약을 잘 복용해야 한다”고 했다. 체중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50세 이상 성인 남녀는 1~2년마다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