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왜 '1일 1깡'만 하세요? 모자라요. 주중에는 3깡, 주말에는 1일 7깡하세요.
아침먹고 깡, 점심먹고 깡, 저녁먹고 깡. 식후깡!"
-비, MBC '놀면 뭐하니?' 중에서.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한 번도 못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만 본 사람은 없다. 비(정지훈)의 '깡' 이야기다.
'한국 다람쥐'는 '1일 1깡'하는 사람들에겐 친숙한 단어다. '깡' 도입부 'hundred dollar bill'(100달러)이라는 추임새를 반복해서 듣다 보면 이는 '한국 다람쥐'로 들리게 된다. 외국어가 특정 의미를 가진 모국어로 들리는 현상을 '몬더그린'이라고 한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깡' 뮤직비디오를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당신도 '깡팸'(깡+패밀리)의 일원이다.
'깡'은 데뷔 15주년을 맞은 비가 2017년 12월 3년 만에 컴백하며 내놓은 미니앨범 '마이 라이프 애'(MY LIFE 愛) 의 타이틀곡이다.
당시 비는 컴백 기자회견에서 "'나 같지 않은 곡을 만들어 달라' 했고, EDM과 요즘 유행하는 힙합을 많이 대안해서 만든 게 타이틀곡인 '깡'"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춤 스타일도 다르게 하고 싶었고, 클럽에서 유행할 수 있는 곡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바람을 드러냈지만 자아도취적 가사와 부담스럽고 그로테스크한 제스처 때문에 대중의 '불호'를 샀다.
3년 뒤, 어느 여고생이 쏘아 올린 커버댄스가 일을 냈다. 유튜버 '호박전시현'은 비를 연상하게 하는 캡을 착용하고 어깨 '뽕'을 강조한 옷을 입고 '깡' 뮤직비디오를 고스란히 따라했다. '깡' 신드롬을 촉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네티즌들은 비의 '깡' 뮤직비디오를 다시 보기 시작했고, 놀랍도록 재치 있는 댓글이 잇따랐다. 이른바 '댓글 맛집'이 된 것.
"뮤비는 관심 없고 댓글 구경하러 왔다", "망할 알고리즘이 날 깡으로 인도했다", "내 인생은 깡을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 ID 김태희 "오빠 하고 싶은 거 그만해", ID 화려한 조명 "저는 비를 감싼적이 없습니다", "깡지순례(깡+성지순례) 하러 왔습니다" 등의 반응이 오갔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빈틈없이 촌스럽고 끊임없이 어긋났으며 쉴틈없이 안타깝다."
-비 '깡' 뮤직비디오 댓글 중에서.<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처음엔 '허세롭다'며 조롱당하던 '깡'이 밈(meme, 인터넷서 유행하는 콘텐츠) 열풍을 타고 역주행을 하더니 오피셜 뮤직비디오는 23일 기준 1010만 뷰, KBS '뮤직뱅크' 출연 영상은 503만 뷰를 돌파했다. 댓글 역시 10만 개를 넘어섰다.
지난주 MBC '놀면 뭐하니?'는 '위기를 기회로'라는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비는 이날 처음으로 '깡'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히는 셈이 됐다. 그는 자신을 놀림거리로 만들었던 '깡'을 역이용하여 소싯적 '월드스타'다운 여유로 '대인배' 칭송을 받게 됐다.
이날 방송에서 유재석은 "'깡' 이야기 좀 하려고 한다"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비의 예전 춤처럼 되게 멋있게 봤다. 요즘분들이 보기에는 신기했나 보다"라고 언급했다.
비는 "그러면 나 좀 섭섭해요"라더니 "신기하기보다 별로였던 것 같다"며 쿨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과거 댄스가수라 하면 눈빛 발사해야 하고 무대를 부셔야 했다. 이제는 카메라를 보거나 춤을 너무 잘 추면 촌스러워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재석은 "이렇게 흐름을 잘 아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만들었나"라고 물었고 비는 "그 이후로 알았다"고 반성했다.
그러면서 비는 "저는 1일 7깡 한다. (이 현상이) 저는 너무 재밌다. 더 놀아주시길 바란다. 하루에 12깡 하는 사람도 있더라. 요즘 예능보다 제 댓글 읽는 게 훨씬 재밌다"라고 말했다.
방송에선 비의 10년 '찐 팬'이 올렸다는 '시무 20조'도 언급됐다. '입술 깨물기 금지', '꾸러기 표정 금지', '화려한 조명 금지', '꼬만춤 금지' 등 이었다.
비는 이 글을 본 적 있다면서 "타협을 보자"며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그는 "꾸러기 표정 금지 말이죠? 춤을 출 때 힘을 줘요, 안 줘요? 그건 나도 모르게 진짜 순수하게 잘 나오는 표정"이라며 "이건 내 제스처다"라고 강조했다.
또 "입술 깨물기 금지, 이건 내가 안 하도록 노력해보겠다. 다른 거 안 할 테니 조명은 저를 감싸줬으면 좋겠다. 포기 못 하겠다"고 단호히 말했다.
비는 '깡'의 재유행에 대해 아내 김태희도 또한 "재밌다"는 반응이었다고 덧붙였다.
방송을 본 네티즌들은 비의 배포넘치는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이 형이 '월클'(월드클래스)라 느낀 것은 바로 '깡사태'를 정면돌파한 것", "놀리던 애들도 다 존경하게 만들었다", "관심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하는 줄 알기에 주목받는 것", "상처받을까 봐 살짝 걱정했는데 이미 팬들 반응을 알고 있었다는 것에 소름이 돋았다", "조금 속상했을 수도 있을 텐데 유쾌하게 넘어가는 모습이 멋있게 느껴졌다"는 반응이었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1일1깡' 조롱, 재치로 승화…'나, 비효과'<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비의 '깡'은 발매 3년 만에 역주행 중이다. 주요 음원 사이트인 멜론 국내 종합 일간 차트에서 92위를 기록하는 등 음원 성적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케이팝 레이더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깡'은 뮤직비디오 차트 161위였지만 '놀면 뭐하니?' 방영 후 하루 동안 47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16위에 올랐다.
관계자는 "가수 비에게 발생한 216만 건의 조회수 중 94%가 국내에서 발생했다"며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아이돌이 상위권에 포진한 뮤직비디오 차트에서 국내 유입자들만으로 상위권을 차지한 것은 대단한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깡'이 재조명되면서 비의 잘 알려지지 않은 노래들 또한 관심을 끌고 있다. '깡'에 이어 '차에 타봐', '어디가요 오빠' 는 정지훈 3부작이라고 불린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우리를 이끄는 이상 당분간 '깡니버스'(깡+유니버스)를 벗어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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