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에서 무산된 이른바 ‘구하라법’이 21대에서 재추진될 예정이다. 앞서 국회는 부모나 자식에 대한 부양 의무를 현저하게 게을리한 경우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게 하는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맺지 못했다.
고(故) 구하라 씨의 친오빠 구호인 씨는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하라법이 만들어져도 우리 가족은 적용받지 못하지만, 평생을 슬프고 아프게 살아갔던 동생에게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라며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비록 이번 20대 국회에선 제정되지 않았지만 21대에서는 찾아볼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구씨에 따르면 구하라 씨의 친모는 자신과 동생이 어린시절 집을 나간 이후 20년간 남매를 한 번도 찾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구하라 씨가 숨지자 다시 나타났고, 친권까지 포기했음에도 변호사를 선임해 재산 분할을 요구했다. 현재 민법은 상속받기 위해 상속인을 해하거나 문서를 위조하는 등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상속권을 박탈할 뿐, 부양 의무 등은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현행법에 의해 배우자 없이 사망한 구하라 씨의 경우 상속권자는 친부모가 되며 재산은 친부와 친모가 절반씩 상속받는다.
구씨는 “부양 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재산을 상속받는 건 부당하다”며 국회 입법 청원을 올렸고, 한 달 만에 10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후 국회는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법안 처리를 논의했지만 구하라법은 지난 20일 마지막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채 자동 폐기될 운명에 처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대 국회에서는 법안 발의가 늦어 상임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할 시간이 없었다”며 “21대에 바로 이 법을 재발의해 이런 불합리한 일과 억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