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첫 사망사고…"무기 선고해야" vs "조두순도 12년"

입력 2020-05-22 11:12
수정 2020-05-22 15:34

'민식이법' 시행 이후인 21일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첫 사망사고가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가해자는 스쿨존에서 불법유턴을 하던 중 사고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민식이법 시행 이후에도 조심하기는커녕 불법유턴까지 하다 사고를 낸 만큼 가해자를 본보기로 가중처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3월25일부터 시행된 민식이법은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골자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은 운전자의 부주의로 스쿨존에서 어린이가 사망할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피해자가 상해를 입으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이 부과된다.

민식이법에 따르면 사망사고를 낸 가해자에게는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다.

반면 일부 네티즌들은 "과실로 인한 사고가 강도 등 중범죄의 형량과 비슷하거나 더 높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조두순도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는데 아무리 안타까운 사고라도 무기징역이 내려지는 것이 맞느냐"고 우려했다.

조두순은 지난 2008년 12월 8세 여아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2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전주 덕진경찰서에 따르면 21일 전북 전주에서 엄마와 함께 스쿨존에 있던 두 살배기 유아가 불법유턴을 하던 차량에 치여 숨졌다. 당시 보호자가 인근에 있었으나 사고를 막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민식이법으로 알려진 특정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어린이보호구역 치사) 혐의로 A씨(53)를 긴급체포하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당시 차량은 30㎞이하로 달리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나 현재 확인 중"이라며 "사안이 중대한 만큼 사고 경위를 조사한 후 A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식이법이 통과된 후 형벌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민식이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청원 글에는 35만4857여명이 동의를 표했다. 3월23일 처음 게시되고 열흘 만에 청와대나 정부 관계자의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넘어섰다.

20일 청와대는 국민청원 답변을 통해 "현행법에 어린이안전의무 위반을 규정하고 있고 기존 판례에서도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예견할 수 없었거나 사고 발생을 피할 수 없었던 상황인 경우에는 과실이 없다고 인정하고 있다"며 "(어린이안전의무 위반 시 과잉 처벌이라는 청원인의 지적은)다소 과한 우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이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입법 취지와 사회적 합의를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정부 또한 입법 취지를 반영해 합리적 법 적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도로교통공단 등의 과학적 분석을 통해 사건마다 구체적으로 판단하여 억울한 운전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민식이법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힘입어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다.

'민식이법'은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시 소재 한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故) 김민식 군의 이름을 딴 법안이다.

민식이법을 촉발한 가해 운전자는 규정속도를 지켰음에도 지난달 27일 금고 2년을 선고받았다. 금고는 교도소에 구금되지만 강제노동 의무가 없어 징역과 다르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