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중소기업 등 각 분야 기업 70%가 6개월 이내에 폐업할 수 있다는 최고경영자(CEO)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봉쇄 조치로 주력 분야인 관광·레저·여행 사업이 직격타를 맞은 까닭이다.
21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두바이 상공회의소는 두바이 기업 24만5000여 기업 중 1228곳을 선정해 CEO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중 약 70%가 6개월 이내에 폐업할 위험이 상당하거나 높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27%는 다음달 안에 폐업 위기를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두바이는 아부다비와 함께 UAE 양대 토후국 중 하나다. 중동 산유국 중엔 석유 부문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낮다. 그러나 경제 다각화 주력 부문이 관광·접객업, 엔터테인먼트, 물류 등이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았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 조치가 자국과 외국 모두에서 퍼지면서 관광객과 물류 수요가 전례없는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유가 폭락까지 겹쳐 중동 지역 내 관광·물류 이동도 크게 줄었다. 두바이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요즘 두바이 내 경제활동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행·관광업체 중 75%, 운수·물류보관·통신분야 업체의 30%가 다음달 중 영업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식당과 호텔 분야 응답자들은 절반 가량이 다음달예 폐업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달 16~22일 실시됐다. 응답 기업 중 약 75%는 직원 20명 미만인 소규모사업체다. 두바이 상공회의소는 “대부분 CEO들이 봉쇄조치 정점기에 봉쇄조치가 길어질 것이라는 전제 하에 응답했다”며 “향후 몇주나 몇달 안에 봉쇄조치가 완화될 경우엔 비즈니스 환경 신뢰도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바이는 지난달 초부터 약 3주간 24시간 통행금지령을 시행했다. 지난달 말부터는 야간(오후 10시∼이튿날 오전 6시)에만 통행을 제한하는 등 봉쇄조치를 일부 완화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도미터에 따르면 22일 UAE 내 누적 코로나19 확진자는 2만6898명, 사망자는 237명이다.
일각에선 중소기업 폐업이 이어질 경우 외국인 근로자들이 급격히 UAE를 빠져나가 경제가 더 약화되는 악순환 가능성도 제기된다. UAE는 경제활동 상당 부분을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80% 가량이 외국인 근로자다.
CNBC는 “외국인 거주자들은 일자리가 없어지면 UAE를 떠나 고국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이는 경제 회복에 필요한 소비자 기반을 약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UAE 내 각국 외교공관에 따르면 이달 초까지 인도 국적자 15만명, 파키스탄 국적자 4만명이 이미 UAE를 떠났거나 떠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나세르 알 샤이크 전 두바이 재무부 국장은 이달 초 트위터를 통해 “올해에만 UAE 인구의 최소 10%가 줄어들 것”라고 전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