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풀려 있는 돈에 비해 미국 주가는 상대적으로 싸다.”
미국 투자자문사 MKM파트너스의 마이클 다르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9일 유동성 대비 주가를 분석해 이렇게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가가 과도한 상승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시중에 풀린 돈의 규모를 고려하면 주가가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한국 상황에 대해서도 유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메리츠증권은 21일 ‘유동성 장세’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현재의 유동성 대비 주가를 분석한 자료를 내놨다. 전체 시가총액을 유동성 규모로 나눠 과거와 비교했다. 유동성을 수치화하기 위해 MZM(money with zero maturity)이라는 지표를 활용했다. 만기가 없어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는 돈의 규모다. 시중에 유통되는 모든 현금(지폐와 동전), 입출금이 자유로운 모든 계좌의 잔액, 머니마켓펀드(MMF)에 들어 있는 돈 등을 의미한다.
5월 초 기준 미국의 유동성 자금은 20조5000억달러, S&P500 시가총액은 23조5000억달러였다. 유동성 대비 주식시장 규모는 1.15배다. 1990년 이후 평균 배율이 1.49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주가가 낮다고 볼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수치가 역사적으로 낮은 이유는 주가 반등 속도보다 유동성 팽창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라며 “양적완화와 3조달러 규모의 재정정책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한국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 20일 기준 유동성이 1133조원,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이 1288조원이다. 유동성 대비 시장 규모는 1.08배다. 1996년 이후 평균인 1.44배를 밑도는 수치다. IT 버블 당시 약 2배, 금융위기 이전에는 2.5배까지 상승한 적이 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