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사상 첫 마이너스 국채 발행

입력 2020-05-21 17:59
수정 2020-05-22 01:09
영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 여파로 사상 처음 마이너스 국채를 발행했다. 중앙은행인 영국은행(BOE)도 마이너스 기준금리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채권 수익률 및 기준금리가 나란히 마이너스 시대로 들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영국 재무부 산하 부채관리청은 20일(현지시간) 2023년 만기인 3년물 국채 38억파운드(약 5조7000억원)를 입찰에 부쳤다. 그 결과 사상 최저 수익률인 연 -0.003%에 전량 매각됐다. 표면금리는 연 0.75%지만, 투자자들로부터 액면가보다 비싼 금액을 받는 할증 발행을 통해 마이너스 금리 효과가 발생했다. 영국 정부가 장기 국채를 마이너스 수익률로 매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유럽 국가 중에선 독일과 프랑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이 마이너스 국채를 발행했다.

마이너스 채권은 투자자가 이자를 받는 대신 사실상 수수료를 내는 방식이다. 만기까지 보유하면 투자자로선 손해다. 그런데도 응찰 경쟁률이 2.15 대 1에 달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영국 국채와 같은 안전 자산으로 수요가 몰렸다는 설명이다.

영국 정부의 사상 첫 마이너스 국채 발행으로 마이너스 기준금리 시대도 조만간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이날 하원 상임위원회에 출석해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취임한 베일리 총재가 공식 석상에서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시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중앙은행은 유럽중앙은행(ECB), 일본, 스위스, 덴마크 등이다. 미국 역시 금리를 마이너스로 낮출 가능성이 제기된다.

영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연 0.1%다. 연 0.1%는 1694년 BOE가 설립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BOE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 3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연 0.10%로 낮췄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